[신작 DVD]5월 3주

 청연 LE

‘청연’의 주인공 박경원은 비행에 매료된 여성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여성의 몸으로 비행을 꿈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린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결코 평범한 꿈이 아니었을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청연은 그 초월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 영화다. 문제는 박경원과 청연이 초월해 버리려는 현실에 ‘일제 식민치하’가 들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살아 생전 박경원은 몸 팔아 비행기를 탔다는 루머에 휩싸였었고 청연은 개봉도 되기 전에 친일영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청연의 최대 장점과 가치는 서두에서 말한 비행의 의미를 영화적으로 꽤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워낙 많은 분량의 CG를 소화하느라 군데군데 아쉬운 장면도 눈에 띄지만 처음 박경원이 자신의 비행기를 가지고 격납고를 나설 때의 떨림, 기베와 듀얼신에서의 박진감, 비행대회에서 극한까지 자기 자신을 몰아붙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황홀함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영화가 줄 수 있는 최상의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방과후 옥상

봉태규 주연의 ‘방과후 옥상’은 개봉과 함께 필 조아누 감독의 1987년작 ‘세시의 결투’와 표절시비가 붙으면서 순탄치 않은 출발을 했다. 표절시비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후속편 ‘퇴근후 옥상’이 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논란 가운데서도 방과후 옥상은 최근 DVD로 출시된 한국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한 억지스러운 상황이나 듣기 거북한 욕설 등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 감상하는 동안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다만 후반부에 분위기가 반전되며 재미가 다소 반감되지만 코미디 영화가 갖춰야 할 기본과 주제의식을 적정선에서 타협했다. 방과후 옥상을 최근 소개했던 ‘카리스마 탈출기’와 비교하면 왕따와 오해라는 공통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두 영화의 재미는 완전히 극과극을 달린다.

DVD의 2.35: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최근 출시된 작품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을 보여준다.

메종 드 히미코

이누도 잇신 감독·와타나베 아야 각본 콤비의 또 다른 작품 ‘메종 드 히미코’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자장 안에 있으면서도 약간의 변주가 가미돼 있다. 일본 사회의 소수자인 여성 장애인를 소재로 했던 전작처럼 메종 드 히미코는 게이 노인들과 그들이 모여 사는 양로원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우리보다 성적으로 훨씬 개방되어 있는 일본이지만 소수자에 대한 시선 자체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영화 속에서 철 모르는 아이들은 이들에 대한 테러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며 이웃 노인은 한번도 상대방의 인사에 답해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사오리부터가 자신의 아버지를 변태 성욕자에 가정을 버린 몹쓸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메종 드 히미코는 영화 자체보다는 다른 요인 때문에 언론에 자주 소개되곤 했었다. 100만 관객이 들어도 손해가 막심한 한국 영화시장에서 매우 작은 상영관을 통해 공개되었지만 장기상영으로 8만이라는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