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이 18일 시작됐다. 이른 아침부터 후보를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유세차량이 거리에 등장하는가 하면 그동안 명함 돌리기 수준에 그쳤던 후보들도 첫 유세를 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갔다.
여야 각 당 지도부도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자 5·18 민주화운동 26주년 기념일인 이날 일제히 광주를 방문해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호남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한 기초·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선거공약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장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공약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유권자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5·31 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공약을 제시하자’는 취지의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 그것이다. 매니페스토의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게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기원을 둔다. 지난 1997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에 성공하고 2003년 일본 마쓰자와 시게후미 후보가 가나가와현 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매니페스토 정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얼마나 구체성을 띠고 있고 실현 가능한지를 평가해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이 선거 전에 검증받고 또 당선 후에 평가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면 공약을 내거는 데 더욱 신중해지고, 유권자는 공약을 검증하고 평가하기 쉬워진다. 물론 매니페스토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는 편파성 문제나 전문성 문제로 오해받거나 의심받아선 안 된다는 전제하에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관심이다. 아무리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을 잘 분석한다 하더라도 유권자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그건 실패한 운동이 될 것이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