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 혁명

[월요논단]디지털 혁명

21세기는 디지털 혁명이 이루어지는 지식정보 시대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일어난 조그만 디지털 혁명들이 모여서 어느 새 사회에 충격을 주기 시작하고 이 충격을 알아본 미래학자들이 그 파장을 읽어 예측하고 지어낸 말이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작은 디지털 혁명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가 발표한 아이팟(IPOD)을 생각해 보자. 아이팟은 디지털 통신망을 통해 음악을 내려받아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들을 수 있는 개인화 시대에 잘 맞는 상품이라서 인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아이팟이 기본으로 하는 MP3 기술을 최초로 상품화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기 때문이다.

 사실 90년대에 우리의 한 벤처회사가 MP3를 상품화했으나 사업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미국 벤처의 성공담으로 유명한 이종문 회장이 설립한 다이어몬드 멀티미디어사가 미국으로 가져가 본격적인 상품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MP3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세계의 종주국이다.

 지난 1월에 발간된 타임지에 나온 기사를 보면 2005년 한 해 동안 아이팟으로 내려받은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2억5000만건이라고 나와 있다. 정말 엄청난 숫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우리나라에는 전혀 인상적이지 못하다. 2004년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가 올린 음악 매출은 대충 2조원이다. 이를 내려받기 횟수로 환산하면 무려 10억번이 넘게 된다. 우리 한 나라에서 일어난 내려받기 횟수가 전 세계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디지털 통신망과 단말기를 가지고 있어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새롭다고 달려들어 즐기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나 버렸다. 우리나라의 음악 유통 구조는 이미 전통적인 음원-매체(CD·테이프)-대중이라는 유통 과정이 파괴되고 디지털 통신망을 통해 바로 음원-대중의 1단계 유통 과정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음악에도 디지털 혁명이 다른 나라에 앞서 일어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IT강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영상시장이다. 물론 영상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지만 그 시장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나라는 현재로서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와이브로(WiBro)다. 와이브로는 2003년 기존 cdma2000망으로 VOD 서비스를 하려다 실패하고, 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영상 서비스에 맞는 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이다. 음악시장에서의 성공은 비록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국민 대중이 의욕적으로 참여해 수조원에 해당하는 시장을 개척, 세계를 선도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영상에서는 더 재미있고 더 이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더욱 큰 국민적 호응을 얻으리라 생각하며 그 결과 영상 분야에서도 분명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끌어 나가게 되리라고 믿는다.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 yang@ti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