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보상, 노사 상생협력이 해법’
총성 없는 경제전쟁시대인 요즘 우리 기업의 화두는 단연 기술혁신과 특허경영이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했던 블루오션 경영전략 열풍은 기업의 ‘기술혁신 올인(all in)’ 전략의 기폭제가 됐다.
반도체·휴대폰 등 우리 주력상품의 뒤를 이을 캐시카우(cash cow) 창출에 골몰하던 시점에서 신시장 창출을 통한 경쟁력 확보라는 매력적인 해법은 작년 삼성전자 등이 특허경영을 선포한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올 1월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67%가 R&D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R&D 투자 확대와 특허경영은 기업의 경영전략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온 것이다.
최근 국내 첨단기술의 해외유출 사례는 기술과 인재의 동반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의 경영전략에서 손질할 대목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바로 우수한 기술을 개발해 회사에 기여한 종업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함으로써 그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업에서의 연구개발과 보상, 이익창출을 통한 R&D 재투자의 선순환 메커니즘을 가능케 하는 우수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 바로 특허법 등에 규정된 ‘직무발명보상제도’다. 이는 기업체 종업원이 직무와 관련해 발명을 하고, 사용자가 발명을 사업화해 이익을 냈을 때 종업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그동안 직무발명보상제도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난 2001년에는 직무발명 최저보상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의 반발 등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개정이 보류된 바 있다. 이후에도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비롯, 사회 각계의 전문가와 공청회나 간담회 등에서 개선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 결과 직무발명보상제도 개선의 실마리는 사용자와 종업원의 상생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적용 가능한 제도여야 한다는 데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당시 법제는 그 취지와 달리 사용자와 종업원의 상생보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즉 사용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의무는 지웠으나, 정작 자발적 보상을 유도하는 ‘당근’은 전무했다. 또 어떻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법원의 판결을 거쳐야만 정당한 보상액을 확정할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초 이해당사자인 경영계와 과학기술계 인사가 참여하는 발명진흥법 개정 태스크포스팀을 발족, 본격적인 법제 정비에 재착수했다. 난관도 있었지만 상호 대화하고 양보함으로써 마침내 같은 해 7월 6일 정부와 경영계·과학기술계가 모두 동의하는 합의안 타결을 이끌어냈다. 직무발명보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용 가능한 법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이해관계단체가 공유한 데서 나온 매우 의미있는 결단이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무엇보다 사용자가 보상을 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을 하도록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이론적으로 훌륭해도 정작 사용자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종업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으로 보상을 실시하는 사용자에게는 명확한 법적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개정안대로 움직인다면 사용자는 보상을 예측할 수 있고, 종업원은 보상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종래 법과 현실의 괴리가 봉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사용자와 종업원의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직무발명보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됨은 물론이다.
지난 3월 3일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발명진흥법이 공포됐고 오는 9월 4일 시행에 들어간다. 그 이전에 기업은 개정안 취지에 맞게 내부 보상규정을 정비하거나 새로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안내책자 보급과 설명회 등으로 기업을 적극 도울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전상우 특허청장 junsw@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