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연연 문제 더이상 미루지 마라

 과학기술 입국을 기반으로 연간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참여정부는 집권 이후 국가 과학기술 행정조직 개편작업에서 놀라운 추진력을 보여 왔다. 그 첫 번째가 과학기술보좌관제 신설이었다. 과기 보좌관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사상 혁명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참여정부는 과기보좌관 직제 도입에 이어 △과학기술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 △과학기술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조정·평가해나갈 과학기술혁신본부 설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조정·배분권 및 과학기술계 연구회 기능 이관 같은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행정조직 개편 등 기반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참여정부 출범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추진했던 작업은 대부분 실현됐다. 2004년 말 과기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됐으며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약속대로 신설됐다. 과학기술 관련 기초·공공·산업 연구회 소속 출연연구기관이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과기부 산하로 이관됐다. 과학기술 관계 장관회의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참여정부는 집권 3년 만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과학기술 행정조직 개편작업을 약속대로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다. 과학기술 행정조직 개편작업은 21세기 과학기술시대를 맞아 참여정부가 해낸 최대 성과의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마무리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정부 출연연구기관 문제 해결에서만큼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참여정부 집권기간이 2년도 채 남지 않아 임기 내에 출연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공들여 쌓아온 과학기술 행정조직 개편작업의 결실을 얻기 위해서라도 출연연 문제 해결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출연연 문제의 최대 관건은 기본사업비 비중에 있으며 이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출연연 연구원의 연구개발 성과를 높이기 위해 10여년 전 도입했던 연구성과중심제도(PBS)가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출연연 연구원이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 수주에 치중하면서 신분이 불안해지고, 이를 지켜보던 젊은이들 사이에 이공계 기피현상을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출연연 간에, 연구원 간에 정부나 민간의 연구개발 과제를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게 되면서 정작 필요한 기초연구나 창의적인 연구에는 소홀하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의식, 지난 2004년 정부 지원 연구기관의 연구개발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되, 출연연의 연구성과 극대화를 위해 기본 사업비 비중을 오는 2008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출연연 문제에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은 기본사업비 비중이 최고 70% 이상인 곳도 있을 정도로 높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공·산업기술 연구회 소속 출연연까지 합해 평균을 따져 보면 여전히 30%대의 비중으로 정권 초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참여정부가 출연연 기본사업비 비중 높이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 일면 이해가 간다. 한정된 국가 연구개발 자금으로 기본사업비 비중을 높이려면 출연연의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또 자칫 연구원의 연구개발 의욕이 퇴색돼 PBS 도입 취지마저 흐려질까도 걱정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평가나 관리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사안이 수많은 연구원의 신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국가 과학기술 행정조직 개편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가 R&D 역량을 높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추역할을 담당하는 출연연의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