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후보의 IT산업 등 먹거리 창출 분야 공약을 검증, 평가하는 본지의 매니페스토 기획이 22일 시작됐다. 전자신문의 매니페스토 기획은 처음이지만 선거 공약에 대해 신산업 측면에서 전문 언론이 집중 검증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매니페스토 취재를 하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 볼 기회를 가졌다. IT는 물론이고 생명기술(BT)·나노기술(NT)·문화기술(CT) 등을 앞세운 신산업 전략과 이를 통한 산업인프라(클러스터) 육성 전략이 주된 틀거리를 차지했고 신산업과 지역의 교육기관, 지자체가 협력하는 산·학·연 협력 모델도 나왔다.
모양 좋은 공약이었지만 내실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았다. 평가단은 하나 같이 구체적인 실행 전략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줬다. 제출용 공약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의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도 말이다. 평가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는 비단 제출된 공약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지방정부가 보여준 지역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인식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됐다.
“서울은 대표 도시 이미지상 IT 사업에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정보화 인프라 투자로 도시 경쟁력을 혁신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 실제로 정책을 시행할 땐 기업의 참여가 필요한데 기업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지자체와의 조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산업 분야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겪은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 공약은 그럴싸해 보이는 걸 선호하게 마련이지만 산업계엔 약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중복과 비효율을 부르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선택과 집중은 먼 얘기다. 이렇게 추진된 사업이 마무리가 잘될 리 없다. 대부분 흐지부지해진다.
대다수의 건강한 중소기업이 지자체에 원하는 것은 선거 때마다 다른 테마로 대형사업을 기획하는 브레인 스토밍만은 아니다. 현명한 소비자이자 지원자의 역할을 바란다. 인프라 투자 때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반영하고, 보이지 않는 지원을 중단없이 하는 현명한 실천자로서의 지자체를 기대한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