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 집중관리 단체들이 P2P에 최후 통첩을 했다. 운명의 날은 다음달 12일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로 구성된 온라인음악저작권단체협의회는 ‘P2P 서비스 유료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국내 전체 P2P 사업자들에게 통보했다고 25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P2P 사업자들은 현재 무료로 운영중인 P2P 서비스를 오는 6월 12일 0시를 기점으로 전면 유료화해야 한다.
또 허락받지 않은 음원을 걸러내기 위해 높은 수준의 음악인식기술과 제목 검색, 해시 값 비교 등의 방식을 동원해 최소 98% 이상의 무단 공유 음원 인식률을 보장하고 압축 및 변형 파일에 대한 필터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도 협의회는 전면 유료화 개시 후 2주 이내에 기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권리자 단체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에 대한 점검을 할 수 있도록 요구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3단체가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P2P 업체에 ‘백기투항’을 요구한 셈이다.
그러나 6월 12일 P2P 전면 유료화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협의회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지난해부터 P2P 업체들과 수십 차례 이상의 회의를 거쳐 확정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P2P 업체가 정책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 하더라도 98%라는 필터링 수준을 이루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압축 파일에 대한 필터링 역시 아예 압축 파일 공유 자체를 막지 않는 한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술적 보호조치보다 더 중요한 ‘가격 체계’를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향후 넘어야할 난관이 무수히 많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음원제작자협회를 중심으로 음악을 내려받는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만 여전히 P2P 업체들은 ‘종량제’로는 서비스 경쟁력이 없다면서 일정액만 내고 음악을 무제한 내려받는 ‘정액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는 물론 협의회에 들어와 있지 않은 수많은 개별 음악업체가 유료 P2P 가격체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가격체계’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선언적”이라며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 위기에 처해 있는 P2P 업체들이 절대 약자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음악권리단체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