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자업계의 화두는 단연 모바일 디지털TV다. 모바일 디지털TV 는 금세기의 가장 큰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들 한다. 액정화면이 달린 모든 휴대형 기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말 엄청난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
당연하게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각 방송사, 이동통신 서비스사, 전자제품 업체, 반도체 업체 모두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이러한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DMB 서비스는 우리나라 산업계 역사상 엄청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월드컵을 눈앞에 둔 독일에서 지상파DMB 서비스 방송이 시작되며 영국에서도 6월 5일 시험방송을 내보낸다. 또 인도와 멕시코 등 많은 국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우리나라 산업계 역사상 일반 재화나 용역의 수출 이외에 DMB 서비스와 같은 방송규격을 제안·수출한 적은 없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의 기준을 받아들이기만 했을 뿐이다. 독일이 우리나라 방송 규격을 사용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러한 DMB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에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방송을 시작해 성과를 보여주고 눈으로 확신시켜 줬기 때문에 독일이나 중국이 DMB를 채택했다. 또 유럽 등지에서는 자체 규격을 채택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서비스의 완벽함을 입증해야 한다.
유럽을 보자. DMB는 유럽의 디지털오디오방송(DAB) 규격에 국내에서 비디오 부분을 추가해 만든 규격이기에 DAB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나라에서는 적은 투자만으로 바로 DMB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 월드컵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유럽형이동방송(DVB-H) 규격을 채택하려고 해도 할당 가능한 주파수가 없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우선 DMB를 시작했다고 하면 좀 냉정해 보이지만 더 설득력이 있다.
전통적으로 DVB-T망이 잘 갖춰져 있는 노키아 주도의 유럽에서는 DVB-H를 선호한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월드컵을 DVB-H 방송으로 수신할 수 있게 서비스를 실시했고 독일 북부지역과 프랑스 등도 시험방송 수준으로 DVB-H를 시작한다. 주파수 할당 문제로 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내년 중반쯤이면 상당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초기에는 DMB 시장이 크겠지만 2008년 후반 정도부터는 DVB-H 서비스가 DMB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DVB-H와 퀄컴 주도의 미디어플로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일본은 ISDB-T라는 독자 규격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은 일단 우리나라의 지상파DMB를 채택했지만 이미 독자적인 규격인 DMB-T(MMA)를 생각하고 있다. 이렇듯 엄청남 수요를 가진 시장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과 경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산업 연관 효과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DMB가 초기의 입지를 잘 유지하면서 유럽·중국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신규 시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많은 전문가가 연구를 하고 있겠지만 내 짧은 소견으로는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DMB가 용두사미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음영지역의 조기 개선은 물론이고 전국 서비스의 조기 실현, 사업자들의 수익을 위한 유료화 모델 조기 도입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모두 DMB 서비스가 순조롭게 정착했다고 말하지만 위의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직 단언하기는 힘들다. 국내에서의 완벽한 서비스야말로 DMB 규격을 해외로 수출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김귀남 프론티어실리콘코리아 사장 kn.kim@frontier-silic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