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태권 브이를 기다리며

어릴적 로봇 만화영화 한 편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한한 공상의 세계로 이끌던 환상적인 화면은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뻔한 줄거리지만 보는 그 순간만큼은 마치 주인공이라도 된 듯 몰입하게 된다. 로봇 만화영화의 묘한 매력이다. ‘우주소년 아톰’이나 ‘마징가 제트’ ‘로보트 태권브이’로 대표되던 로봇이 현실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한정된 언어지만 말을 하고 행동을 인식하고 생김새도 사람과 흡사하다. 어색하지만 사람의 관절을 모방해 움직인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로봇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식을 줄 모른다. 최근 어린이날에 맞춰 선보인 로봇인간 ‘에버원’은 어린이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직 기초단계로 겉 모습만 사람과 유사할 뿐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로봇이 나왔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흥분했다. ‘로봇기술이 여기까지 왔나’ 하는 놀라움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로봇 기술과 현실은 다르다. 인조인간을 모방했지만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느리다. 로봇 기술은 초기단계고 아직까지 개발할 여지가 많다. 머지않아 ‘한 가정 한 로봇’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이다. 상용화된 청소로봇은 사람을 닮지도 않았다. 고작 5㎝의 턱을 못 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로봇’ 하면 마징가 제트나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전투로봇을 연상한다. 당장이라도 인조인간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오랜 기간 만화영화의 잔영이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가장 단순한 청소로봇 수준인데 사람들은 언제 올지 모르는 가상의 세계를 꿈꾼다. 그리고 ‘기술이 왜 이리 더디냐’고 탄식한다.

 꿈이 기술이 되는 시대는 온다. 꿈이 있어야 기술이 실현되는 것도 맞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고 환영 속에나 있는 기술에 매달려 혼자 기대에 부푼다면 상대적 박탈감도 그만큼 클 것이다. 로봇기술에는 희망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기대수준 관리도 필요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로봇산업을 바라봐야 할 시각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