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전자정부와 정부효율성

[월요논단]전자정부와 정부효율성

엊그제 전자정부에 관한 글로벌 정보화책임관(CIO) 콘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다. 스티브 발머 MS 사장을 비롯해 UN·OECD의 세계적인 전자정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정부CIO협의회는 전자정부 추진과정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한국에서 개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전자정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로 한국의 전자정부 수준은 UN도 세계 5위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전자정부란 IT기술을 활용, 정부업무와 대국민서비스를 개선해 생산성과 투명성이 극대화되는 21세기형 정부를 말한다. 세계 각국은 정보 혁명에 발맞춰 국가사회의 정보화를 촉진하며 전자정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0년 전자정부 구축사업을 시작해 여러 부문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여 왔다. 특히 이번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는 이를 대폭 확대해 31대 로드맵 과제를 선정,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이 지난해보다 9단계나 하락하고, 특히 정부효율성 부문에서는 16단계나 떨어진 47위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IMD의 평가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국가경쟁력 평가요소 중 비가시성 지표가 많고, 이에 대한 측정방법도 객관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특히 정부의 효율성이 16단계나 떨어졌다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정보화의 추진으로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왔다. 주민등록등본·토지대장등본 등 웬만한 민원서류는 일일이 관공서를 찾아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발급이 가능하다. 안방 민원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조달행정은 전자조달시스템 도입으로 업체 등록부터 입찰에 이르기까지 전자적으로 처리돼 절차가 투명해지고 효율성이 대폭 향상됐다. 연간 3조2000억원의 거래비용을 절감할 정도로 성과가 뛰어나 UN으로부터 공공서비스 혁신상을 받고, OECD로부터 투명성 개선 모범사례로 권고되고 있다. 관세업무도 모두 전자처리해 하루종일 걸리던 수출통관 업무가 2분 이내에 완료된다.

 그렇다고 전자정부 사업이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전자정부 사업이 상당한 성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부처별로 시스템이 구축돼 범정부 차원에서의 시너지를 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는 부처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각 부처의 행정정보도 공유할 수 있도록 전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업무 프로세스 혁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제도와 관행, 업무절차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혹자는 아직 이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연계효과는 어느 한두 부처의 협력만으로는 안 된다. 전 부처 시스템이 모두 함께 연계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낸다. 성급한 기대보다는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이제 정부의 31대 과제가 본 궤도에 올라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내년 말이면 대부분의 사업이 종료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다. 연초 행정자치부 장관이 전자정부 본부장에게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준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리라는 CEO미션을 주문했다고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김창곤 한국전산원장 ckkim@n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