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있는 트레이드센터. 이곳에서 25일 개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콘퍼런스(윈헥 2006)’는 전 세계 윈도와 관련된 개발자에게 내년 초 선보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용체계 윈도비스타를 설명하는 자리다. 참가자들은 콘퍼런스에 등록하면 USB 저장장치를 받는다. 국내에선 콘퍼런스가 끝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으로 주는 USB 저장장치를 여기서는 등록만 하면 하나씩 받을 수 있다. 256M 용량의 제품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역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최하는 행사인만큼 인심(?)이 좋다고 생각하고 가방에 넣어버렸다.
윈헥이 개발자를 위한 전문적인 콘퍼런스여서 그런지 노트북PC를 켜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무선 접속을 통해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콘퍼런스 장에 완벽한 무선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놓았다.
노트북PC를 켜고 무선인터넷 네트워크를 찾아 접속을 시도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너무나 쉽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데 나는 번번이 네트워크 연결에 실패했다. 왜 나는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에 노트북PC를 가진 사람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 등록 시 나눠준 USB 저장장치를 노트북PC에 꽂고 있었다. USB 저장장치는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ID와 같은 것이었다.
전 세계 해커의 주요 표적 대상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개최하는 행사장 무선 인터넷망에 강력한 사용자 인증을 도입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USB 저장장치와 인증 비밀번호를 부여해 2단계의 인증을 거쳐야만 무선망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USB 저장장치 안에는 무선망에 접속할 수 있는 인증서가 내장돼 있고 이 내용은 모두 암호화돼 있다. 이 인증서가 ID 역할을 하며 여기에 또 10자리의 비밀번호를 넣어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지난해 인터넷뱅킹 해킹 사건이 발생해 금감원이 전자거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을 권유하고 있는 하드웨어 암호토큰이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내년 초 강력한 정보보호 기능을 내장한 윈도비스타를 발표한다. USB 저장장치 인증처럼 정보보호를 생활 속에 그대로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지만 정보보호 면에서는 후진국이다. 정보보호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정착시키는 것만이 정보보호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긴 기회였다.
시애틀(미국)=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