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은 외국 가지 말고 본국에 남는 것이 돈버는 길이다.”
노동력이 싼 인도·중국 등으로 일자리를 이전하는 오프쇼어링 대열에 뛰어든 미국 중소기업들이 당초 기대했던 비용절감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인텔·오라클 같은 대기업은 외국으로 일자리를 옮겨 이익증대와 R&D강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돈만 쓰고 본국으로 철수하는 사례가 유독 많아지면서 이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간 실리콘밸리를 풍미하던 오프쇼어링 대세론이 흔들리고 해외 이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부상하고 있다.
지난주 레드헤링이 주최한 실리콘밸리 CEO간담회에서도 직원 몇십명 미만의 중소기업은 해외 이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뤘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CEO들은 인도 방갈로르와 실리콘밸리간 공동협업을 추진한 결과 의사소통 부재와 문화적 차이로 개발속도가 오히려 지연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벤처파트너의 나빈 차다 파트너는 “첨단제품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할 경우 지구 반대편의 인도 기술자보다는 같은 동네에 사는 기술자가 훨씬 낫다”면서 중소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에 수반하는 낮은 효율성을 간과하고 해외에 용역을 맡기는 것은 무모하다고 충고했다. 인도·중국의 급격한 임금상승과 숙련된 엔지니어의 부족, 기술 유출 등의 문제점은 오프쇼어링의 장점을 상쇄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이전 붐 때문에 지난 3년간 인도의 기술인력 몸값은 3배나 급증했다. 또 일부 고급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오라클, 선 같은 대기업들이 싹쓸이해 중소기업들은 현지에서 구인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우 오프쇼어링에 따른 의사소통과 문화적 차이, 관리부재 등 문제점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해외보다는 자국내에서 임금이 싼 지역으로 옮기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SW벤처업체 테네로스의 스티브 루이스 CEO는 “지난 수년간 중소 IT기업이 추진했던 오프쇼어링의 약 절반 가량은 실패했다”면서 중소업체들은 언론매체에서 부각하는 오프쇼어링의 성공사례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200억달러였던 IT분야의 오프쇼어링 매출규모는 오는 2010년까지 3배나 늘어난 600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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