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9대 전자업체들은 지난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3조440억엔을 설비투자에 쏟아 붓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마쓰시타전기산업·소니·도시바·NEC·후지쯔·미쓰비시전기·샤프·산요전기 등 9대 전자업체들의 올 설비투자가 평판TV·반도체 관련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 6년 만에 3조엔을 돌파할 전망이다.
3조엔 돌파의 의미는 IT 거품 붕괴 후 구조조정에 허덕여온 전자업체들이 이제 체력을 보충해 디지털 가전의 세계적인 수요 확대를 노린 공세에 나섰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단지 디지털 가전 최강자인 한국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따른 이익 회수 여부가 밝지 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9개사의 올 설비투자는 지난해 대비 후지쯔 40.1%, 도시바 38.7%, 히타치 33.4% 등 7개사가 두자릿 수 증가했다.
◇현황=샤프는 사상 최고인 2750억엔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70%를 LCD 관련으로 쏟아 붓는다. 지난해 말 평판TV 대목기 판매에서 패널 부족으로 소니에 뒤진 전례도 있어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한다. 마쓰시타도 PDP 분야 총 투자액이 전년 대비 20% 늘어난 815억엔에 달한다.
디지털 가전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반도체에도 9대 업체들은 힘을 쏟아 붓는다. 도시바가 MP3P 등에 장착되는 플래시메모리 신형 생산라인을 욧카이치공장에 건설하는 등 반도체 관련으로만 사상 최대인 3540억엔을 투입한다. 소니도 디지털카메라 등의 핵심 부품인 전하결합소자(CCD), 차세대 게임기 ‘PS3’용 등 고성능 반도체 생산 강화에 1700억엔을 투자한다.
◇국내 집중=9개 기업의 총 투자액은 IT 붐이던 2000년 약 3조2800억엔에 거의 도달했지만 거품이 꺼진 2002년에는 약 1조7000억엔까지 거의 절반 가깝게 줄었다. 그러나 평판TV·DVD리코더 등 디지털 가전 수요가 세계적으로 확대돼 2003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투자액이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의 대규모 투자는 ‘삼성전자 추격’이라는 업계 전반적인 정서도 가미됐다. 원래 일본 업체들의 설비투자는 소폭 늘어나던지 아니면 평년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해 왔지만 거액 투자로 일관하면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벤치마킹했다. 특히 이번에는 기술의 해외 유출을 피하기 위해 투자처를 ‘국내’에 집중했다. 샤프·도시바·마쓰시타·히타치 등은 반도체 및 평판TV 패널 공장을 국내에 건설할 계획이다.
◇회수 불투명=IT 버블 붕괴로 악화된 전자업계의 재무 구조는 최근 들어 개선됐다. 9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설비투자비를 책정한 도시바는 IT 버블 붕괴 이후 2001년에 1조8185억엔이었던 부채잔고가 올 3월 말 현재 9175억엔으로 거의 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투자비 회수를 생각하면 그리 만만치 않다. 한국·대만업체 등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순이익을 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10∼12월) LCD TV 세계 점유율 1위였던 소니 조차 지난해 TV 사업에서 적자를 봤다. 각사의 영업이익률은 샤프(5.9%)를 제외하곤 5%를 밑돈다. 이와 관련 미즈호 증권은 “세계 점유율 1위 업체를 제외하곤 투자를 억제할 필요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일 9대 전자업계 2006년 최종 설비투자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