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방통융합을 위한 전제 조건](https://img.etnews.com/photonews/0606/060605020714b.jpg)
방송·통신 융합 논의의 시발은 실제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합방송법을 논의하던 시절 이미 케이블TV의 출범으로 방송·통신이 융합되리라는 예견은 진작부터 있어왔기 때문이다. 당시 이 같은 논의가 부득불 뒤로 미뤄진 채 통합방송법은 발효됐고, 이와 동시에 방송·통신 융합 논의는 다시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점차 가열된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최고점에 이른 듯했다. 논의의 정점에 있었던 IPTV에 관한 한 더는 논의할 새로운 이슈는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뉴미디어업계와 지상파 간에 또다시 ‘지상파의 다채널 디지털 방송 서비스(MMS)’가 새롭게 쟁점으로 불거지고 있다.
사실 통합방송법 발효는 기조를 달리했던 유료방송과 무료방송, 또는 공영과 민영의 엄정한 영역 가르기에서 일정 정도 벗어낫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뉴미디어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선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불가분하게 요구되고 있다.
뉴미디어 업계 또한 지상파의 아성을 넘보며 공공성을 내세우고 보편적 서비스로의 접근을 시도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도 기존 질서를 유지해온 법체계는 그대로며 이를 소비할 대다수 수용자의 인식마저도 과거의 명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케이블TV의 디지털방송 서비스가 이제 1년여를 넘겼을 뿐이고 시장 점유율 또한 미미하다. 이 때문에 방송소비자들에게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는 아직 어렵고 낯선 존재인 게 사실이다.
물론 얼리어답터에게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열망과 기술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방송이 산업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한 이상 매체 간 균형발전과 공정경쟁을 위한 체제 마련 같은 고려는 불가피한 일이 돼버린 지 오래다.
지난 몇 달간 정치권의 이해와 선거 국면 등과 맞물려 제3기 방송위원회의 구성이 늦춰지고 있다. 또 총리실 산하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 구성도 잠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달을 고비로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새판 짜기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관계기관 및 학계와 산업계가 제시해 온 이슈들에 대한 사전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특히 매체 간 균형발전 문제는 모든 사안에 있어 최종 결정을 위한 기본적인 잣대로 활용돼야 한다. 또 방송통신융합법의 발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할 신규 매체의 도입과 서비스 체제의 정비가 방송 등 관련 산업 발전을 통한 시청자 복지 증진에 최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안 중에는 중복투자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것이 많다. 교차소유를 허용하든 인프라를 개방하든 문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무한 경쟁만을 강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방송·통신 융합의 체제 정비를 앞두고 관련 산업계는 새로운 기회의 포착 이면에 어떤 식으로든 시련의 시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상이나 원칙을 기반으로 정책을 펴고 이에 맞춰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업자가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당하지 않는 토대가 마련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재홍 전 한국케이블TV방송국 협의회장 jhlew@klab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