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문서포맷의 대명사인 어도비사의 PDF를 대체할 XPS(open XML Paper Specification:개방형 XML문서규격)을 차세대 윈도운용체계(OS) 윈도비스타에 끼워넣으려다 또다시 반독점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윈도미디어 플레이어를 윈도에 번들링하면서 세계적 반독점 소송에 시달린 MS가 어도비의 거친 항의 속에 또다시 ‘반독점, 악재에 휘말릴지에 세계 IT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넷은 2일(현지시각) MS가 내년초 출시할 오피스2007 버전에서 가장 대중적인 전자문서 포맷인 PDF로 저장하는 기능을 제거하기로 하면서 일파만파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PDF대신 자체 개발한 전자문서포맷인 XPS를 소비자에게 옵션으로 제공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반발하고 있는 어도비는 “유럽연합(EU)에 반독점 소송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물러섰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MS의 속셈=MS는 지난해 10월부터 XPS를 윈도비스타와 오피스2007에 도입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MS가 윈도비스타에 PDF포맷을 제거하고 XPS를 심겠다는 것은 기존 문서포맷의 대명사인 PDF 주도의 문서표준시장을 장악하려는 속셈이다.
MS는 이미 웹브라우저시장을 장악한 넷스케이프를 꺾기 위해 윈도에 I.E를, 리얼네트웍스에 대항해 윈도 미디어플레이어를 각각 번들링한 바 있다. 하지만 MS는 “PDF기능을 오피스에 내장할 경우 이 또한 반독점법 위배 소지가 있고 어도비가 PDF 무료다운로드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도비, 발등에 불 떨어졌다=어도비 입장에서 볼 때 윈도비스타에 XPS를 번들링하는 것은 전자문서시장에서 PDF의 강제축출과 같은 의미다.
MS는 지난 연말까지도 신형 오피스에서 XPS뿐만 아니라 PDF기능도 모두 지원하겠다며 어도비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2007 오피스가 두 포맷을 함께 지원하더라도 MS가 XPS지원에 더 신경쓸 경우 PDF는 당연히 찬밥신세로 밀려난다.
어도비의 입장에서 PDF의 접근경로가 좁아지는 것은 핵심 수익원인 PDF생성프로그램인 ‘애크로뱃’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다급해진 어도비는 지난 2월 스티브 발머 MS사장에게 공문을 보내서 XPS의 도입계획 중단을 요구하고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유럽집행위원회(EC)에 반독점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했다.
<>MS, 한발 물러서나=이같은 반발에 MS는 “오피스2007에서 PDF와 XPS 저장기능을 모두 삭제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해 무료로 다운받도록 하자”고 제의하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XPS도입을 않는대신 기존의 PDF기능도 함께 지워야 한다는 논리여서 처음부터 이뤄질 수 있는 협상이 아니었다.
어도비는 사실상 표준인 PDF를 MS의 윈도비스타와 오피스에 채택하는 것은 반독점 위반이 아니며 PDF 다운로드의 무료화는 더욱 안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MS측은 “어도비가 전자문서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을 회피하려 한다”며 방어논리를 들고 나왔고 협상은 결렸됐다.
MS는 어도비의 관망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도비가 제소할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