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각 회원국이 금지한 방송, 통신용 주파수의 역내 국가에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이는 당장은 아니지만 EU의 향후 정책방향에 따라 유럽의 이통, 방송사들은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구매할 때 국가단위가 아닌 범유럽차원의 입찰경쟁에 나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기존 주파수에 대한 각국의 규제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주파수 거래 창구를 일원화하는 통신제도 개혁안을 오는 28일 제안할 예정이다.
EC는 오는 2012년까지 아날로그 지상파TV를 디지털로 전환키로 함에 따라 남아돌게 되는 아날로그 주파수를 국가단위가 아닌 EU차원에서 분배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착안, 제도개혁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현재 EU회원국들 간에 독자적으로 운영되던 통신방송제도 및 주파수 분배정책으로 인해 EU역내국일지라도 국경을 넘어서면 이동통신·경찰용 무전기 등을 사용할 수 없었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안작성을 주도한 비비안 레딩 EU정보사회미디어위원회 위원은 “이제는 주파수 자원이 국경을 넘어 범유럽차원에서 자유롭게 거래되야 할 시기”라면서 “제도개혁이 산업계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종래 국가별 주파수 배분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유럽전역에서 동일한 주파수로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 환경을 구축해 유럽인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완벽히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파수 거래의 자유화는 각국 정부에 기존 주파수 체제를 서로 통합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유럽통신장비업체들은 국가별로 다른 주파수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유럽대륙의 주파수 제도를 뒤엎겠다는 EC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선 각국 정부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주파수 관리권을 순순히 EU 측에 넘겨줄지 의문이다.
EU회원국들은 그동안 통신, 방송업체들에 자국의 주파수를 높은 가격에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챙겨왔다. 특히 오는 2012년 디지털 TV방송 전환으로 쏟아질 아날로그 주파수는 연간 90억달러 이상의 상업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돼 회원국간의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번째 문제는 유럽대륙을 모두 커버하는 주파수 경매가 필요할 정도의 범유럽 TV, 라디오 사업모델이 과연 존재하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주파수를 공유한다면 단일 기술을 각국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의 조율문제도 만만치 않다. 물론 주파수 공유가 실현된다면 제조업체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발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페인의 위성라디오 추진업체인 온다스 미디어의 셀소 아제베다 사장은 “EC의 통신제도개혁은 바람직하지만 성공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마다 주파수 대외판매를 자유화할 경우 꼭 필요한 주파수 대역이 엉뚱한 서비스에 배정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