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산업 간 연계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는 ‘융합의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전력 분야 역시 새로운 기술,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춘 IT와의 접목을 통해 보수적인 산업을 성장산업화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오는 2010년까지 25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차원의 전력IT 프로젝트는 출범 6개월을 맞았고, 전기산업진흥회 등 여러 기관은 물론이고 각 기업도 IT와 접목한 신사업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많지만 진정한 성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여러 전문가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점으로 꼽는 것이 폐쇄성이다. 타 산업과의 융합을 위해서는 동등한 처지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 정부나 기업이 지향하는 전력IT화 사업은 전력산업에 IT를 일부 덧붙이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 우량 IT기업이나 전문가의 참여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업계 한 사장은 “전력산업은 한국전력과 일부 연구소, 대기업을 중심으로 리더들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명실상부한 전력IT를 위해서는 전력 전문가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IT 리더들과 대등하게 의견을 교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산업은 그동안 안정성 확보에 최우선을 두어 왔다. 이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극복해야만 ‘그들만의 리그’를 떠나 진정한 블루오션을 찾을 수 있다. 전력분야 대형 기술개발이 한전과 한전 자회사,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실제 제품을 개발해 이를 상품화하고 매출을 내야 하는 중전기기 업계의 목소리가 작아진다면 자칫 연구를 위한 연구, 기술력은 있으나 실제 활용도는 낮은 제품만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력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첫 단추를 잘 꿰어 전력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기회를 잡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산업부·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