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브랜드의 탄생, 아이팟=어느 시대든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있다. 요즘 우리 시대의 아이콘은 디지털기기, 그중에서도 하얀색 아이팟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 2001년 10월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 행사장에 아이팟을 들고 나타나 “이제 다른 모든 제품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이 때만 해도 아이팟이 단순한 전자제품 이상의 문화적 상징으로 커질 가능성을 인식한 사람은 없었다.
오늘날 아이팟은 과거 20년대의 빅밴드, 40년대의 라디오, 50년대의 주크박스처럼 2000년대의 상징, 그 자체다. 얼마나 놀라운 현상인가. 애플이 만든 작고 하얀 박스 속에는 문화의 형태를 지닌 진정한 마술이 들어 있다. 아이팟은 25년 전 소니가 워크맨으로 세계를 휩쓸었던 것과 맞먹는 엄청난 히트상품이며 진정한 문화현상을 대표한다. 아이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아이팟을 즐기고 있다. 아이팟은 크리넥스·제록스처럼 하나의 보통명사(카테고리 킬러 브랜드)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은 아이팟이 마니아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으면서 단순한 디지털기기에서 새로운 문화를 대변하는 컬트 브랜드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팟의 탄생과정과 휠, 셔플 같은 아이팟의 독특한 기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이고 아이팟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애플사의 마케팅, 광고에 숨은 뒷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이팟의 핵심 아이디어인 디지털 음반판매와 MP3플레이어의 연계가 자칫 소니로 넘어갈 뻔 한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는 것. 아이팟을 기획한 토니 파델은 애플에 합류하기 전에 소니와 협상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만약 소니가 수용했다면 디지털 음반시장은 지금과 다른 양상을 보였을 것이다.
이 책은 아이팟의 대성공이 애플의 놀라운 기획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홍보활동, 마니아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일화도 들려준다. 소비자의 열정, 상상력, 창의력이 시대를 대표하는 컬트 브랜드인 아이팟을 만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미국인이야 그렇다 치고 한국인에게도 아이팟이 그렇게 대단한 제품인가.
리앤더 카니 지음, 미래의 창 펴냄 1만7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