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월드컵과 모바일

[월요논단]월드컵과 모바일

드디어 축제의 막이 올랐다. 우리 태극 전사들이 지난 2002년의 4강 신화를 재현해주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붉은 물결이 되어 나라 전체를 휘감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길거리 응원 역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은 최근 각국 대표팀뿐만 아니라 첨단 모바일 기술의 치열한 경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LG전자와 KT아이컴(현 KTF)이 최초로 3세대 WCDMA망을 이용해 시연한 한-일 영상통화가 대한민국이 IT강국으로 인식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처럼 이번에도 우리 기업들은 4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력을 월드컵과 연계해 선보이며 태극 전사들 못지않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진일보한 모바일 기술과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4년 전 세계가 깜짝 놀란 3세대 WCDMA 시범서비스는 3.5세대 HSDPA로 속도를 업그레이드해 끊김 없는 국가 간 영상통화 및 월드컵 관련 VOD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됐고, 미래 기술로만 여겨졌던 지상파 및 위성 DMB 서비스가 본격 상용화돼 ‘보는 월드컵’을 독점하던 텔레비전의 아성에 어느덧 모바일 TV폰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지상파 DMB와 DVB-H 등의 표준으로 대변되는 모바일TV폰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는 바이에른주 민영방송위원회(BLM)와 한국 정보통신부, 국내 휴대폰 기업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독일 월드컵 지상파 DMB 시범 서비스 개국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이번 행사는 한-독 정부의 공동 프로젝트인 ‘MI FRIENDS(Mobile Interactive Favorite TV Radio Information Entertainment New Digital Service)’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각국 취재기자단과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LG전자의 지상파 DMB폰으로 개막전 및 각종 월드컵 관련 정보, 교통·여행 정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원더풀’을 연발했다.

 정보통신부는 이번 독일에서의 지상파 DMB 시범 서비스로 우리 DMB 기술이 세계 각국에 수출돼 오는 2010년쯤 DMB폰 수출이 140억달러(약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월드컵은 첨단 기술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해 기술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휴대폰 기업은 유럽 및 남미의 유명 축구 클럽을 후원하는 축구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으며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 세계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독특한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주요 국가 대표팀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거나 개최국 독일의 국제 공항 진입로 등에 광고물을 대량 설치해 시선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의 휴대폰 업체는 이같이 전방위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욱 익숙한 브랜드로 각인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실을 거둬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모바일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문화 LG전자 사장 mhpark@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