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3년 전, 아이레보가 급성장을 하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할 때였다. 한 후배에게서 e메일을 받았다. 신규 아이템을 근거로 사업을 결심했는데 사업소개서와 사업계획서를 보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검토 후 나는 “창업 자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회신했다. 어렵게 창업을 결심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누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되도록 말리고 싶은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이템이나 기술 문제가 아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워낙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다 원래 목표대로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자는 대부분 ‘이 기술이 얼마나 신기하고 앞서는 발상인가?’ 또는 ‘앞으로 성장해 나갈 시장인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동일한 목표를 위해 함께하는 동인(同人)들의 동인(動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그러한 활동이 경쟁적 환경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지 하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회신을 보내기 일주일 전 전자신문에서 봤던 ‘노총각들의 결정적인 실수’라는 유머를 아직도 기억한다. “노총각은 항상 지구의 반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반이 경쟁자인 줄도 모르고….” 짧은 유머지만 사업의 기회를 설정할 때도 관철되는 내용이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면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별히 뛰어난 능력과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는 요소가 필수적이다.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방송되던 해에 어느 유머글에서 사업과 도박의 유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반드시 상대가 있다. 둘째, 이겼다고 생각되면 다음은 항상 더욱 어려운 고수와 상대해야 한다. 셋째, 매 게임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
꽤 공감이 가는 내용이어서 재미있게 봤지만 사업이 도박과 비교대상이 될 수 없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첫째, 도박은 패가 좋지 않으면 중간에 쉬고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지만 사업에서 ‘쉰다’는 의미는 ‘전멸’과 동의어다. 패가 좋지 않아도 고(go)를 해야 하고, ‘성장’하지 못하면 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 게다가 초기 상태에서는 자금력이나 기술, 경험 면에서 모두 상대가 훨씬 더 강하다. 다시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꼭 창업을 해야겠다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으면 한다.
둘째, 사업은 1대 1의 개인게임이 아니라 고객이 판정하는 N대 N의 단체게임이다. ‘소비자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이해하기 이전에 ‘N’을 구성하는 임직원고객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도박에서는 기술과 판단력이 승부의 고비일 수 있으나 사업은 집단의 가치관과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
‘법인’이란 ‘여러 사람(人)’이 모인 복합생명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를 거치며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오장육부를 갖고 있다. 즉 하드웨어체계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삶의 궤적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법인의 생애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의 사업화 과정과 각각의 성장단계에서 법인도 결국 조직의 가치관과 철학체계에 따라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라이프사이클을 그린다.
‘소비자고객과 임직원고객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는가?’ 어느것 하나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신중히 생각해서 자신이 먼저 자신있게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도 많지 않은데 주제넘고 건방진 감이 없지 않지만 나의 경험이 창업을 꿈꾸는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하재홍 아이레보 대표이사 goingha@irev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