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가다](18)대만 신주과학단지

대만 최대 IT산업단지인 신주과학단지 모형도
대만 최대 IT산업단지인 신주과학단지 모형도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다 보면 여기부터가 대만 최대 IT산업단지인 신주과학공업원구(신주과학단지)임을 알리는 석조물 표지판과 마주친다.

 대만은 전 세계적으로 중소 IT기업이 가장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타이베이에서 남서쪽으로 70㎞ 떨어져 있는 신주과학단지는 바로 대만 IT산업을 이끌어가는 이들 중소 IT기업의 집적단지로 명성이 높다.

 컴퓨터와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각종 IT 부품의 최대 생산단지인 신주과학단지가 최근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풍부한 고급인력 및 자금력을 기반으로 점차 모바일과 바이오산업단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만 IT산업의 심장=3, 4층 규모의 크고 작은 건물이 가지런하게 정렬된 신주과학단지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IT 기반 첨단산업단지와 크게 달라보이진 않는다.

 1980년 정부 주도로 조성된 이곳에는 현재 382개 IT업체가 입주, 대만의 대표적 IT단지로 자리매김했다. 총 218만평 규모의 신주과학단지에는 현재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업체인 AUO와 UMC가 입주해 있다.

 전체 11만4000여명(2005년 말 기준)의 인력 중 66%가 대졸 출신이며 이 가운데 49%가 여성인력이다. 평균 연령도 30세에 불과하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이 젊은층을 겨냥한 새로운 IT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단지 내에는 칭화대와 자오퉁대 등 대만의 유명대학 2곳이 입주해 있으며, 정부 산하 산업연구원(ITRI)도 자리잡고 있다. ITRI는 컴퓨터와 반도체, 전자, 통신, 광학, 생명공학 등 대만을 먹여살릴 차세대 첨단기술을 개발중이다. 이곳에서의 자연스러운 산·학·연 협력은 단지가 완벽한 자급자족 클러스터로 자리잡을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신주과학단지는 대만이 첨단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최초의 작품인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5년간 소득세가 면제되고 정부로부터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받으면 연구개발비의 50%를 지원받는다. 그외 투자권 보호, 저리 대출, 지원교육비 등 다양한 지원이 뒤따른다.

 신주과학공업원구 관리국의 린 완루 씨는 “단지 안에는 관리국 직원 300여명이 상주하며 입주기업을 위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무역·환경·노동 등 각종 인·허가 절차가 길어야 10일 이내에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강명수 주 타이베이 한국대표부 산자관도 “신주과학단지는 대만이 하이테크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도입한 최초의 첨단산업단지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규모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주단지의 확장과 신산업=대만은 신주과학단지가 포화상태에 달하자 지난해부터 통루,롱탄,신주바이오메디컬, 일란 등 인근 4개 단지를 추가로 건설중이다. 아울러 현재의 PC중심 생산구조에서 탈피해 모바일과 바이오, 유비쿼터스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그동안 PC 관련 수요가 더 많았던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08년이면 모바일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만도 모바일 부문에 연구개발을 집중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DVD 플레이어용 반도체업체인 미디어텍과 마더보드 기업인 아수스텍도 향후 모바일 부문사업에 치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부도 모바일과 디지털 컨버전스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대만 섬 전체를 IT 단지화하는 ‘그린 실리콘 아일랜드’ 전략을 추진중이다.

 오는 2010년까지 대만 10곳에 클러스터를 조성해 반도체와 LCD, 바이오 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대만은 내년 말까지 타이중현에 우리나라의 파주 LCD단지와 같은 대규모 LCD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만은 신주단지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입해 장기적으로 이곳을 u시티로 조성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중이다.

◆난강SW단지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난강소프트웨어단지는 대만 SW산업의 중심지다.

 총 13만6000여평의 규모로 지난 2004년 1월까지 2차 개발이 완료된 이곳에는 현재 내년 7월을 목표로 3차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단지 주변에는 논밭을 뒤엎고 올라가고 있는 7∼8개의 고층건물이 눈에 띈다. 3차 개발사업의 마무리가 임박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단지 내에는 소니와 NEC, 지멘스, 필립스 등 해외 유수기업을 포함해 순수 대만 자금으로 성장한 TECO 등 25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고용인력만 1만3000여명에 달한다. 3차 개발사업이 끝나는 시점까지 90여개 업체를 추가로 유치할 계획이다.

 난강소프트웨어단지의 안내를 맡은 대만 경제부공업국 소속 직원 린수쩐은 “1990년 대만 경제부에서 개발을 시작해 2000년에 완공한 이곳은 당시 경기불황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만 SW산업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강소프트웨어단지가 추구하는 유치 주력분야는 반도체 설계 및 개발, 디지털 콘텐츠, 바이오 등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와이어리스(무선통신) 분야도 적극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입주기업에는 입주 후 2년간 임대료의 40%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단지를 거미줄처럼 둘러치고 있는 광케이블망과 금융, 의료, 쇼핑, 숙박 등 각종 편의시설은 이곳을 하나의 독자적인 미래형 첨단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아울러 단지 내에 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연구소도 조만간 설립될 예정이다.

 생산시설만 없을 뿐 난강소프트웨어단지는 SW 관련 연구개발과 대규모 비즈니스 및 주거단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린수쩐은 “현재 바이오 관련 3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연구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그러나 앞으로 난강단지는 대만은 물론이고 전 세계 바이오산업의 메카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옥영재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가 대만이지만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와 같이 세계적인 대기업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대만의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대만은 현재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SW)산업과 바이오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브랜드 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대만에 주재한 지 1년 6개월째인 옥영재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만의 IT산업정책과 관련 대만이 그동안 SW산업에 취약하다고 판단, 지난 1999년 타이베이 인근에 조성한 난강SW단지를 비롯, 특화 SW산지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옥 관장은 또 “독자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기업을 손에 넣기 위해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를 희망하는 대만의 큰 손(펀드)들이 적지않다”며 “코트라는 앞으로 대만과 한국에서 국내 기업과 대만 캐피털들이 만날 수 있는 투자 세미나 및 투자유치 상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꺼질 줄 모르는 대만의 한류열풍에 대해 그는 “지금도 저녁 황금시간대에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한류가 대만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수입프로그램에 세금을 물리는 등 반발이 만만찮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한류가 일반 소비재의 대만진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IT관련 제품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대만에서는 여전히 일본산 IT제품이 최고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옥 관장은 또 “현재 대만은 첨단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이전과 관련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심각하다”며 “기업의 이윤추구와 정부의 기술보안정책이 대립,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타이베이(대만)=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