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인터넷의 전송속도와 맞먹는 차세대 무선랜 규격 802.11n이 최종표준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제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형 802.11n 제품이 기기 호환성과 전송속도에서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기 존 무선랜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802.11n은 전송속도가 150∼300Mbps에 달하고 전송 거리도 최대 120m에 이르러 무선랜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신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넷기어, 벨킨, 버펄로, D-링크 등은 802.11n을 지원하는 무선라우터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문제는 802.11n이 아직 최종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초안(draft)단계에 머물고 있어 각 회사에서 만든 무선라우터 제품에서 중대한 기술적 결함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는 것.
현재 출시된 802.11n제품의 주요 문제점은 다른 회사제품끼리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것. 또 802.11n과 기존 802.11g 제품을 연동할 때 전송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형 무선라우터와 간섭을 피하기 위해 반경 120m를 커버하는 802.11n의 출력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반도체회사 마벨의 파라메시 고피 부사장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802.11n제품을 켜면 인근의 무선랜 속도까지 저하되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무선 라우터업체들은 경쟁을 의식해 자사의 기술적 문제점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IEEE가 802.11n 전문가회의에서 초안보다 진전된 1.0버전을 표결에 붙였지만 심사위원들의 반대로 최종표준 후보안으로 상정하는데 실패한 바 있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Wi-Fi Alliance)도 IEEE의 최종 표준이 나오기 전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802.11n제품에 대한 어떤 공식 인증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IEEE가 현재 802.11n의 기술결함에 대해 무려 1만2000건에 달하는 코멘트를 받았기 때문에 최종표준까지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하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802.11n 제품 구매는 무리가 따른다고 충고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