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시급한 인터넷TV 상용화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에서 인터넷의 활용까지 우리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앞서 가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사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몇몇 나라를 여행하다가 보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가 급속도로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리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한 심경을 금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터넷TV(IPTV) 방송이다.

 한 예로 인터넷TV 방송은 정보통신 분야의 인프라를 비롯해 기기나 활용 측면에서 우리보다 뒤떨어진 홍콩에서 3년 전 시작돼 이미 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3년 전 인터넷 방송이 시작돼 올해 말에는 100만명의 가입자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에서도 2년 전 인터넷 방송이 시작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인터넷TV 방송이 활성화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간 합의 미달 내지 주도권 경쟁으로 인해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인터넷TV를 IT839 정책의 핵심이자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해 놓고도 방송법이라는 장벽에 막혀 아직 사업을 개시도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터넷TV 방송을 우리나라처럼 잘 준비해 놓은 국가도 없을 것이다. 인터넷TV 방송을 위한 인프라 측면에서 어느 다른 나라보다 완벽한 초고속 통신망이 깔려 있으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오래 전에 완비한 상태다. 기기 측면에서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디지털TV를 보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TV의 많은 채널을 채워 넣어야 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 콘텐츠 발전 전략에 의해, 수많은 기업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미 활발한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TV 방송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뿐만 아니라 절망감을 갖는 것은 차세대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핵심인 IPTV가 디지털 산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나아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성장기회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ETRI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IPTV의 잠재력은 2012년까지 국내 생산유발효과가 12조9000억원이고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5조8000억원, 고용 창출효과도 7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IPTV는 국내 콘텐츠산업의 성장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양적인 측면에서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체의 확대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기존 매체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양방향성이 추가됨에 따라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대용량 영상 애플리케이션과 무한대의 채널 활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교육·게임·음악 등의 콘텐츠 분야는 특정 고객의 니즈에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많은 니치마켓과 새로운 e비즈니스모델 등이 등장할 수 있다.

 우리가 IPTV 방송을 계획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보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에서 열악했던 나라 40개국에서는 상용화에 이미 성공했거나, 상용화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는 이미 IPTV를 제공중이며, 전 세계 IPTV 서비스의 상용화 또는 준비중인 사업자는 200여개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를 비롯한 방송위원회는 소비자편익 보호와 시장 개방에 대응 가능한 통신·방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시급히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에 대한 법제화를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 이미 지역독점 사업자인 케이블 방송사업자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불만 및 민원이 속출하고 있으며, 최근 FTA 협상의 주요 어젠다로 방송·통신 분야의 개방이 논의되고 있어 외국 거대자본의 국내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해외의 경우처럼 통신 및 방송 사업자 간 수직 결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되, 이들의 수직적 결합에 따른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PAR(Program Access Rule)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방송법 때문에 IPTV의 상용화가 지연된다면 이는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오는 세월을 막을 수도 없고, TV는 언제든지 방송일 뿐이라는 개념의 가는 세월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학술원 회원) skwak@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