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단말 업계가 본방송 개시 1년도 안돼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십여 업체가 난립하면서 공급과잉으로 사업 정리나 축소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후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초창기에 지상파DMB 단말기를 출시했던 A사는 핵심부품인 모듈의 공급계약이 종료돼 현재 단말기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자금이 없어 모듈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단말기 제조사 B사는 USB형과 차량용 셋톱박스 생산을 중단했다. 가격이 너무 떨어져 제품을 생산해봐야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다른 종류의 단말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와 업그레이드는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큰 조정을 겪고 있는 분야는 USB형과 차량용 셋톱박스 시장. 많은 업체가 진출해 경쟁이 극심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전용단말기와 내비게이션 일체형 단말기 등이 시장을 대체해가는 것도 한 이유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USB형 단말기의 경우 3∼4개사 제품 정도가 잘 팔릴 뿐 나머지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을 정리한 업체의 단말기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고와 이미 유통업체 등에 보급됐던 물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지상파DMB 단말기 구매시 향후 업그레이드와 애프터서비스 등을 고려해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같은 같은 양상은 모듈 업계도 마찬가지다. 모듈업계 한 관계자는 “모듈을 개발했던 업체들 중 상당수가 현재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시장이 정리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듈 업체가 사업을 접으면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업체는 향후 기능 업그레이드가 안 돼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난립할 때부터 이미 예측됐던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또 서비스 권역이 서울·수도권 지역으로 제한된 것도 구조조정을 몰고온 한 이유로 지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전국방송이 빨리 실시돼야 업계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측면에선 차라리 시장이 한번 정리되고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 기업만 남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상파DMB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