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무살 SEK

 스무 살 성인으로 우뚝 선 SEK의 모습은 예상보다 늠름했다. 370여개 국내외 IT업체가 마련한 960개 전시관의 화려함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은 수많은 관람객의 열기 때문은 아니다. 인조인간 로봇 ‘에버원’의 소개를 받으며 개막식에 참석한 김우식 부총리와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 등 거물급 인사의 행차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SEK의 참모습은 삼성전자·LG전자·KT·SK텔레콤 같은 국내 대기업과 IBM·HP·마이크로소프트·퀄컴 등 세계적인 IT기업은 물론이고 이들 틈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과 대학교 연구센터까지 자신의 역량을 뽐낼 수 있는 IT 축제 한마당이라는 점이다.

 SEK를 찾은 관람객은 대형 로고가 번쩍이는 국내외 대기업 전시 부스로 자연스레 첫 걸음을 내딛지만, 중소·벤처기업이 준비한 작은 부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규모와 상관없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은 국내외 대기업에 비해 전시 규모는 작지만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려는 의지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중소기업 A사 관계자는 “대기업이 펼치는 화려한 이벤트는 없어도 전시부스를 찾는 관람객 한 명, 한 명을 기술력으로 모두 사로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SEK는 대학에서 배움의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잔치다. 부대행사로 열린 ITRC포럼에 참가한 서울대 B교수는 “학생들이 그간 개발해온 연구과제를 선보여 현재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SEK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온 나라가 독일 월드컵 열풍에 휩싸인 2006년 6월, 중소·벤처기업과 대학이 SEK에서 전하는 희망의 목소리는 작지만 깊이 있게 울린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들이 전할 승전보는 한국 대표팀이 울릴 어느 승전고보다 값지다.

 SEK가 쌓아온 지난 20년의 시간이 SEK를 성장시켰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이들 중소기업과 대학이 늠름한 성인으로 발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년 후 SEK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