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중국·베트남을 비롯한 해외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자는 붐이 일고 있다. 지난 70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한 새마을운동.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다른 나라에 모범을 보여줬고 수십년이 흐른 지금도 생명력을 유지하는 새마을운동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새마을운동은 무차별적 시혜가 아니라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한 차별화로 자발적 성취의욕을 자극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한국경제연구원장 재직 시 ‘재계의 입’으로 불리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맹공했던 좌승희씨는 이 책을 통해서 한국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려면 국민을 부자와 빈자, 기득권과 비기득권층으로 나눠 후자를 더 우대하는 평등주의 국가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는 전제하에 ‘시장이란 남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만을 우대하는 차별화의 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
‘차별화와 발전의 경제학’이라는 부제에서도 나타나듯 저자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의 성장세가 정체되는 주된 원인으로 ‘평등주의’라는 함정을 지목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 샤오핑, 싱가포르의 선진화를 이끈 리 콴유,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등은 차별화를 통치이념으로 도입해 성공한 리더라는 것.
저자는 나아가 한국경제를 박정희식 관치차별화 시기(1960∼70년대)와 최근의 관치평등화 시기(1980년대 후반 이후)로 구분한다. 박 대통령 시절에는 우량기업만 우대한 수출진흥정책과 스스로 노력하는 마을만 지원한 새마을운동 등으로 성공한 반면에 현재는 경제발전을 위축시키는 대기업 규제와 하향평준화로 점철된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경제가 장기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또 지역균형발전정책도 서울집중만 증가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즉 민주화 이후 지난 15년 동안 ‘좋은 의도’를 가진 정부의 개혁정책이 현실적으로는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면서 개혁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들은 평등주의가 경제에 미치는 해악 등은 영국이나 일본, 미국 등 자본주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나 남미 국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례를 저자가 철저히 분석해 얻어낸 결론이다. 예컨대 후진국이나 선진국 모두 평등주의 이상이 맹위를 떨칠 때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독도 빌리 브란트가 집권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고 꼬집는다.
저자의 결론은 참여정부의 평등주의 정책이 경기침체를 불러왔다는 통렬한 반성하에 우리나라의 국가기조를 경쟁 위주로 바꾸자는 것. 이 책을 읽고 나면 평등주의가 만악의 근원은 아니라 해도 작금의 사회문제를 일부 초래한 측면은 인정하게 된다.
좌승희 지음, 굿인포메이션 펴냄, 1만5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