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최근 전 세계 36개국 250여명의 리더와 나눈 혁신에 대한 심층 대화인 ‘글로벌 이노베이션 아웃룩(GIO)’ 리포트에 따르면 이노베이션은 글로벌하게, 다업종 간에 그리고 협업 및 개방성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리더들이 보는 ‘기업의 미래’는 기존 기업 개념의 영속 여부, 기업과 개인의 평판 그리고 고도로 전문화된 초미니 기업의 출현이다.
우선, 기존 기업 개념과 구성원의 소속감이 변하고 있다. 이미 신세대 근로자들은 자신이 속한 특정 조직보다 관심사·전문지식 또는 같은 세계관을 가진 좀더 큰 네트워크에 더 많은 소속감을 갖는다. 이들은 직원이기 이전에 암호 프로그래머거나 디자이너 혹은 교육자일 수 있으며, 각 전문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이루고 지리적인 위치에 상관없이 지구촌 어디에서나 근로 및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정규 직원이 단 2명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신규 정보와 기존 정보를 제공하는 기고자는 3만6000명이 넘는다. 이들 기고자는 자신이 위키피디아 정보와 자료를 기고한 기여도와 평판을 취업이나 자신의 브랜드 구축에 활용한다. e베이에서 1차 혹은 2차 수입을 얻는 미국인만 72만5000여명에 이르는 것도 좋은 예다. 스페리온의 인력 구조에 대한 조사를 보면 45%의 근로자가 적어도 3∼5년마다 직업을 바꾸고 싶어한다. 이처럼 이미 직업의 유동적인 개념에 익숙한 신세대 근로자들이 기업의 미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세상에서 개인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초미니 기업의 등장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유럽에서는 직원 10명 미만의 기업이 전체 기업의 90%를 차지한다. 미국의 소기업은 직원당 특허 획득 수가 대기업보다 13배나 많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만 해도 10만명 이상이 일주일 내내 온라인 게임을 해서 번 캐릭터와 사이버 자산을 해외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이 유동성·유연성·기동성이 높은 인력은 미래 기업의 의미를 정립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특히 개인 대 개인, 조직 간 혹은 산업 간의 협업을 통한 이노베이션 노력과 개방형 표준 기술이 뒷받침되고,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고객 주도형 디자인, P2P 생산체계와 같이 생명력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접목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기업 형태는 기존 모델과 상호 경쟁과 보완 관계로 발전하겠지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끊임없이 민첩하게 대외 협력관계와 생산 자원을 안팎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주력’사업은 유지하고 ‘비주력’은 낮은 비용으로 운영한다는 기존의 시각보다는, 이제는 사업 요소별로 조직을 분해해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주입하고 필요에 따라 인수합병도 좀더 과감하게 고려해야 한다. 즉, 회사를 글로벌 수준으로 ‘전문화된 소규모 조직의 총합체’로 만들어야 한다. 활동 중심보다는 목적 또는 비전 중심으로 움직이며, 핵심 사업에 대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심지어 ‘무엇을 할지’에 대한 모든 답을 고객·파트너·협력업체 등과 함께 구하며 혁신을 모색하는 협업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 cgm@kr.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