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7개 지역을 혁신클러스터로 지정해 운영해온 지 이제 막 한 돌이 지났다. 본지는 지난 1월 첫째 주부터 연중기획으로 혁신클러스터를 돌아보고 각 지역별 특성과 미니클러스터를 통한 한국형 클러스터 모델을 진단하고 해외 성공사례를 살펴보는 ‘르포-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 가다’ 시리즈를 진행했다. 본지는 시리즈를 끝내면서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책 책임자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클러스터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 김칠두 이사장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위치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이뤄진 대담을 통해 성 위원장은 전국 산업단지에 클러스터의 기본 원리를 적용, 혁신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으며 김 이사장은 미니클러스터 등 한국형 모델이 수년 내 정착되면 상당한 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우리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지난 1년간 성과와 한국형 모델의 발전 방향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1년 성과 ‘만족스럽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 이사장=지난 성과를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클러스터 지정 이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사업성과를 정리하면 크게 △혁신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잠재력의 확충 △개방형 네트워크 구축 △한국형 혁신클러스터 모델 발굴 △교류협력 문화의 확산 등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무엇보다 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됐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혁신 계기를 잡겠다는 기조를 클러스터를 통해 추진했습니다. 해외는 기업과 연구단지 중심이지만 우리는 49개 미니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총 1200여 건의 성과를 거두는 등 한국형 클러스터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것이 정착되면 획기적인 모델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미니클러스터는 이종 업종은 물론 동종업종, 심지어 경쟁업체들도 같이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는 등 긍정적인 발전 방향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을 돌아보며 느낀 부분이지만, 사업 전반에 걸쳐 참여주체 간의 목표공유가 잘 이뤄지면서,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된 점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혁신클러스터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대화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챙기는 채널이 이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로 생각됩니다.
기존 공단의 원리와 클러스터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이전에는 공장, 연구소만 모아놓은 것이라 서로 단절돼 있었고 협력이 되지 않아 따로 움직였습니다. 결국, 정부가 돈을 투자하면 문을 닫아놓고 자기 연구만 집중했기 때문에 기술이 필요한 기업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클러스터는 연구기관·기업·해외R&D센터 등이 만나 기술적인 문제를 내놓고 풀 수 있는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창조적 역량을 키워서 자기 힘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내포적 발전’입니다.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지역에 새로운 혁신의 기운을 불어넣는 한편, 지역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해 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해줬다는 점도 커다란 성과입니다. 산업단지가 다시 한번 지역과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수행할 수 있는 동력으로 다시 일어섰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 이사장=기반이 마련됐으니 이제는 육성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한 해 동안 운영하면서 개선해야할 점들도 나타났습니다. 큰 공정 개선이 이뤄지면서 기대수준이 높아졌지만 미니클러스터 활동에서 드러난 기술·마케팅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으며 전문적인 기술 문제는 아직도 해결과제입니다. 또,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에 대해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낯설어 합니다. 자금 문제도 그리 수월하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기업 지원 예산과 연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단계 사업은 지역사회와 위원회 등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생각됩니다.
◇성 위원장=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는 산업단지가 연구역량을 향상시켜야한다고 봅니다.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입니다. 지역을 선도할 수있는 묘책이 필요합니다. 산업단지의 노후화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이전에 무분별하게 공장만 세웠던 탓에 환경문제 등이 심각해졌습니다. 노후한 시설을 재정비해 일하기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구조고도화’ 작업이 선행돼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클러스터 사업이 일부 혁신주체들의 참여 속에 펼쳐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클러스터 사업은 무엇보다도 혁신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네트워크에 의해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보다 많은 혁신주체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입니다.
자발적 참여 부족 아쉬움
◇김 이사장= 사업 첫해에 이룩한 사업기반을 토대로 이제는 보다 면밀하고 세심한 추진활동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몇 가지 주요한 실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클러스터 마인드가 산업단지와 지역에 더 넓게 퍼질 수 있도록 혁신주체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몰입’ 수준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공유와 참여의 적극성이 확산된 이후에야 비로소 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자연스런 네트워크 활동 속에 스스로 커가는 자생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다소 경직되고 수직적인 우리의 네트워크 구조를 탈피해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혁신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과 연구소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역혁신주체들과 보다 빈번한 접촉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서구의 선진클러스터의 예에서 보듯이 산업단지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업단지들은 대부분 70, 80년대에 조성된 이래, 유지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혁신클러스터에 가장 중요한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단지 인프라의 개선은 시급한 현안입니다.
현재 각 부처별로 약 70여 개에 이르는 클러스터 관련 정책이 있습니다.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책조정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양한 정책 간의 조정과 협력연계를 통해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다 같이 숙의하고, 특히 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정책들이 조정되면, 더욱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성 위원장=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형 혁신클러스터 추진전략은 이제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또한, 각 단지별, 구성주체별, 참여주체별로 상이한 여건 속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단지가 목표하는 방향에 일치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과 정책과 방법의 탄력성을 지속적으로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산학연 네트워킹의 ‘브로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각 시범단지별 클러스터 추진단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활동을 통해서 사업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도 살리고 선진국 진입도 가능>
◇성 위원장= 클러스터의 원리를 제대로 이용하면 국가도 살릴 뿐만 아니라 선진국 진입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수도권 중심의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비효율의 경제’에서 이제는 지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균형성장의 시대가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지역이 건실한 성장기반을 갖출 때 우리가 목표하는 국가경제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결국 네트워크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클러스터는 짧은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만남의 장’이었습니다. 이전에는 핵심정보가 폐쇄적으로 운용됐으나 클러스터에서는 공개된 장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니클러스터가 이런 방식으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또, 기업과 대학 간 연계가 활발히 진행돼야할 것입니다.
◇김 이사장=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그동안 국민경제를 풍요롭게 해준 산업단지를 이제부터는 산학연 네트워킹과 기술혁신을 통해 지방자립경제 구축을 이끌고 제 2의 경제도약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오는 2008년이면 클러스터 성장기반이 확고해지고 그 토대 위에서 본격적인 지식, 기술혁신의 성과가 창출될 것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일곱 개 시범단지의 혁신클러스터 사업이 원활히 진행된다면 생산, 수출의 획기적인 증대를 통해, 국민소득 2만 달러 조기달성과 국가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러한 성과들이 확산하면서 2013년이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가 육성될 수 있도록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양적 성장보다도 우리 경제가 미래를 지탱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거듭나 향후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