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아기용 물티슈를 판매하는 한 노총각 판매자가 있다. 물론 그는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아기를 키워본 적도 없고, 아기 엄마들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기 물티슈로 월 매출 1000만원을 거뜬히 올리는 파워셀러다.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천연 생리대를 팔아 월 평균 수백만원의 판매액을 올리고 있는 아저씨, 화장품을 파는 남자 대학생 등 비슷한 사례를 온라인 장터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대부분의 온라인 판매자가 자신과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것, 혹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들과 같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거나 자신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물품을 판매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간접 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즉 직접 구매해본 소비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온라인 거래는 비대면 거래지만 소비자 반응을 온라인을 통해서 직접 접할 수 있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그 물건에 대한 평가를 알려주기 위해 다시 그 상점에 찾아오는 소비자는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구매 후에 그 물건이나 판매자에 관한 후기를 남기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적극적인 소비자는 구매한 물건에 대한 단순한 평가뿐만 아니라 판매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제안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이렇게 득이 되는 소비자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로 치면 훌륭한 참모 하나를 그냥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물티슈 판매자는 초기 판매하던 제품의 단점을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몇 차례나 고쳐 만들었다. 특히 아기용품은 엄마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물건인만큼 제품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발견되면 바로 항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 판매자는 이것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했다. 아기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그는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소비자가 남기는 반응을 고스란히 신제품 개발에 응용했다. 또 총각이라고 가입을 허락해 주지 않는 아기 엄마들의 온라인 동호회에 삼고초려 끝에 가입해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제품에 반영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얼굴을 보지 않고, 또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후기 시스템이 없어서는 안 된다. 3∼4년 전만 해도 의류가 지금처럼 온라인 쇼핑의 인기 아이템이 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전자제품 등 규격화된 제품과 달리 의류는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입어봐야 살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의류는 전체 온라인 상거래 아이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의류를 사본 소비자가 활발하게 자신의 경험을 남기고, 그 후기가 다음 소비자에게 소중한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순환구조가 몇 년 동안 쌓이면서 실제로 입어보고 만져보는 직접 경험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의 중소 판매자는 이 구매 후기 시스템을 판매전략 결정의 중요한 도구로 삼는 데 비해 큰 기업에서는 아직 이 같은 원리가 활발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 의견을 경청하고, 핵심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경영상의 편의나 기업 처지가 아닌 소비자 편에 서서 사고를 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는 기업보다 빨리 움직이게 마련이다. 기업은 트렌드를 좇지만 소비자는 트렌드를 만든다. 기업이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소비자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소비자는 가장 확실한 경영지표다. 소비자의 힘을 믿고 거기에 의지할 수 있다면 최고의 조언자를 둔 것이나 다름없다.
박주만 옥션 사장 jmpark@au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