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가 잇따라 인터넷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네트워크 중립성의 법제화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통신회선을 갖고 있는 미국의 대형통신회사와 프리미엄 요금을 내는 콘텐츠업체에게만 트래픽 우선권이 제공되는 등 인터넷 양극화현상이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C넷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각) 미상원 상거래 위원회는 통신업계의 방송진출을 전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법 수정안(Communications, Consumer`s Choice, and Broadband Deployment Act of 2006)’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원 소위는 당초 통신법 수정안에 포함될 예정이던 ‘네트워크 중립성 법안’은 격론 끝에 11대 11로 부결시켰다.
결국 통신법 수정안은 전화, 케이블 회사가 인터넷 접속에 추가요금을 물리지 못하게 금지하는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이 빠진 상태로 상원 전체 표결에 올라가게 됐다.
이 통신법 수정법안이 의회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통신업체들은 비싼 IPTV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에게 훨씬 선명한 화질로 영상콘텐츠를 공급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하게 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지해 온 민주당의 존 케리 의원은 법안 부결에 대해 “케이블, 통신업체들은 이제 어느 고객이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할지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생겼다”면서 “인터넷을 둘러싼 힘의 균형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공화당의 테드 스티븐스 상거래 위원회 의장은 “네트워크 중립성은 현시점에서 불필요한 규제이며 통신법 수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데도 암적인 존재”라며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상거래 위원회에 소속된 여타 공화당 의원들도 네트워크 중립성이 통신분야의 경쟁과 혁신, 고용을 저해한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미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은 이달 초 하원 투표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된 바 있다. 여기에 상원 소위에서도 퇴짜를 맞음에 따라 사실상 네트워크 중립성이 올해안에 법제화될 가능성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AT&T, 버라이즌 등은 통신업체는 워싱턴 정가에서 거둔 잇따른 승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네트워크 중립성을 강력히 지지해 온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 인터넷 업체와 시민단체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의회 주변에서는 오는 11월로 다가온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많은 의원들이 두둑한 선거자금을 뿌리는 통신업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문이다. 실제로 AT&T는 자사 입장을 옹호하는 의원들의 선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단일기업으로 두번째로 많은 13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네트워크 중립성 원칙을 거부한 것은 통신업체들이 IPTV시장에서 날개를 달게 된 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