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방송위원 선임 `옥신각신`

 막바지에 다다른 3기 방송위원 선임이 일부 방송위원 유력후보자의 자질 논란으로 극단적인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3년간 펼쳐질 균형잡힌 방송정책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방송위원회 노조 비대위는 방송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L·K·J씨 3인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지난 30일엔 청와대 앞에서 부적격자 이유로 “L씨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지냈고 K씨는 한나라당과의 유착 및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으며 J씨는 이른바 ‘S그룹 X파일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언론노조와 방송위 노조가 연대해 반대함으로써 3인은 이달 초 임명장을 받더라도 출근저지투쟁 등으로 한동안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3년 전과 다른 양상=앞서 2기 방송위원 선임 때에도 언론노조와 방송위 노조의 반발은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임명장을 받은 후 반발이었고 지금과 같은 언론노조와 방송위 노조 간 연대는 없었다. 2기 방송위원들이 ‘정치적 독립성 준수 공개 선서’를 하는 선에서 수습됐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번엔 임명장도 안 받았으며, 방송위노조·언론노조뿐 아니라 방송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이라며 “반대 성명서만 내는 선이 아니라 행동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벌써 ‘한나라당이 K·J씨 카드를 강행할 테지만 청와대는 L씨를 고집하지 못할 것’ ‘한나라 내부에서 K씨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다’는 등의 온갖 추측이 나돈다.

 ◇정작 균형론은 실종=논란 속에 정작 3기 방송위원의 정책균형론과 연속성은 묻혔다.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 주장만 있을 뿐 ‘지상파 출신 일색’ ‘2기 방송위원 전원 교체’ 등의 문제점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형국이다. 유력후보 9인 중 지상파 출신은 무려 5인(이상희 방문진 이사장 포함)이다. 케이블TV·위성방송 등 다른 매체에 대한 배려나 방송·통신융합시대를 준비키 위한 통신전문가는 없다. 방송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FCC나 영국의 오프콤 등 어디를 가봐도 지상파 출신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한 명”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시장에서 지상파의 경쟁상대로 성장중인 케이블TV 진영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2기 방송위도 그 나름대로 균형 잡힌 정책을 편다고는 했지만 결국 지상파의 낮방송 허용, 지상파 숙원인 다채널방송(MMS) 시험방송 허용 등으로 편향성이 있었다”며 “지금 구도라면 3기는 더욱 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 연속성도 물 건너갈 전망이다. 2기를 이끈 9인 방송위원과 사무총장조차 유력후보가 아니라 3기에선 물러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벌써 문광위 추천을 받은 C씨가 지역지상파DMB 정책에서 기존 2기 방송위의 비수도권 단일권역 결정을 뒤짚는 데 힘을 보탤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