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이오 벤처 A사가 미국 업체와 5년간 1억6000만달러 규모의 건강식품 공급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돈으로 치면 1500억원. 계약 한 건으로 평균 연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표대로라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공급계약 건은 유통채널을 확보한 것이었고 1억6000만달러는 A사가 미국 건강식품 시장의 규모로 어림잡은 목표치에 불과했다.
요즘 각광받는 바이오에탄올 업체인 B사는 한 동남아 국가에 진출해 2010년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역시 아직 현지에 공장도 짓지 않은 채 단지 이 국가가 2010년부터 바이오에탄올 의무 사용 정책을 펼 방침이라는 점을 앞세워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데 지나지 않았다.
또 다른 바이오벤처 C사는 해외 업체와의 상담을 ‘제휴 모색’으로 발표했는가 하면 D사는 해외정부투자청의 방문을 ‘해외 진출 추진’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모색이나 추진 모두 도중에 그만둬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연일 대단한(?) 발표를 하는 이면에 뭔가 대단한 준비가 있겠거니 하는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생각한다면 분명 커다란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
연구에 정진해야 할 바이오업체가 수익을 내라는 주주들의 압력으로 투자받은 돈을 당장 돈이 되는 엉뚱한 곳에 투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황우석 파문으로 진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바이오 업체나 연구기관의 한 건 터뜨리기식 발표가 횡행하고 있다. 바이오가 미래 유망산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지금 업체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에서 바이오가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테마주’로 인기를 끌고 기업들의 우회상장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얼마 전 정부가 오는 2016년까지 생산 60조원, 수출 250억달러를 달성해 바이오 기술·산업 7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발표가 주가관리를 위한 숫자놀음에 현혹된 또하나의 ‘희망사항’이 되지 않길 바란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