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음악, 영화 분야에서 중국의 높은 불법복제율이 자국의 산업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각) 중국의 스스럼없는 불법복제가 자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국가원수의 외교적 노력까지도 헛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불법복제의 천국이라는 오명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지도층이 중국을 세계 최저 노동력 국가에서 수익성있는 기술과 브랜드를 만드는 ‘혁신 사회’로 바꾸려는 의도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5월 불법복제에 따른 중국 손실에 주목하라고 촉구했다. 후 주석은 “불법복제 근절은 중국의 핵심 경쟁력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를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을 시사했다.
◇중국 산업계도 피해=실제로 중국 산업계도 불법복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중국의 마이크로소프트’라 불리는 업체 킹소프트의 영중사전 프로그램은 6000만대 PC에 설치됐지만 90%가 불법복제여서 수익성이 없다. 이 회사의 사전 카피본은 정품 가격의 10분의 1에 판매돼 정품 판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중국 PC에 사용된 80%의 소프트웨어가 해적판이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도 ‘쩔쩔’=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올들어 합법적인 운용체계(OS)가 설치된 PC만을 판매하도록 컴퓨터 업체들에 권고, 블랙마켓 근절을 시도해 왔다. 당국자들도 정부 컴퓨터의 불법 소프트웨어를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 정부들은 이같은 조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불법 상품들은 신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불법복제가 판치는 것은 고위층의 의도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는 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고용창출과 외국 소프트웨어 의존성 감소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의 부재는 중국 고위층이 전략적인 약점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소형 소프트웨어 기업 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대학들은 매년 수천명의 프로그래머를 배출한다.
◇업계, 고유 소프트웨어 개발 꺼려=하지만 중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고유 브랜드명을 갖고 제품을 판매하기보다는 미국, 인도 및 다른 외국 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 경우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DHC, 시노콤 소프트웨어 그룹, 브로든 게이트 시스템스, UF소프트 등 대부분의 중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일반적인 판매 대신 외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하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지난달 BSA가 내놓은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에서 사용된 소프트웨어 중 86%가 해적판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고의 불법복제율이다. 이는 물론 2004년 90%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이다.
BSA의 제프 하디 아시아 담당 부사장은 중국이 세계 2위의 PC 시장임에도 높은 불법복제율 때문에 소프트웨어 합법 시장은 상당히 작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또 다른 보고서에서 BSA는 중국이 불버복제율을 앞으로 4년간 10% 포인트 줄이면 IT 산업은 3배로 성장하고 18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렌은 “평범한 중국인들은 해적판 구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태도변화가 필수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