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휴대폰 부품, 우리 손으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작년 휴대폰 출하대수가 6억5000만대를 넘는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를 60억명 정도로 본다면 열 명당 한 대꼴인 셈이다. 더군다나 실제 노동인구로 본다면, 다섯 명 중 한 명은 휴대전화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매년 15% 정도의 성장을 한다고 하니 올해는 7억대 이상의 휴대폰이 생산될 것이다. 2010년에는 10억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시장성이다.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퀄컴칩과 같은 메인 칩세트다. 이는 인체의 뇌와 같아서 모든 작동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 뇌를 먹여 살리려면 혈액을 공급해주는 심장이 필요한데, 바로 TCXO가 휴대폰에서 심장역 할을 한다.

 휴대폰을 사람의 몸으로 비교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뇌다. 이 뇌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퀄컴의 칩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뇌가 없으면 식물인간이 되듯이 휴대폰도 무용지물이 된다. 뇌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뇌가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혈액을 통해 뇌로 영양분이 들어가기 위해 그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심장이다.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 중 일부 저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휴대폰에 TCXO가 하나씩 사용된다. 5억대 이상의 휴대폰에서 심장 역할을 하며 365일 쉬지 않고 신호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부품 부문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다른 국가에 비해 어느 정도 될까.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심장은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메이드 인 재팬’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강국, 이동통신 IT산업을 세계 최고라 자랑하고 있지만 머리와 심장은 ‘우리 것’이 아니라니 이 얼마나 통탄할 일인가!

 폰 부문은 아이템 수가 한정적이고, 변동요소가 거의 없는 안정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TCXO시장의 절대 강자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일본전파(NDK)·교세라·긴세키연합, 최근 합병한 엡슨-도요콤과 대진공(KDS)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일본 굴지의 크리스털업체들이 전 세계 물량의 90% 이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업체들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한데, 휴대폰용 TCXO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세 손가락 안에 꼽히며, 시장점유율 역시 국내에서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TCXO의 기술적 선도업체도 바로 일본 업체들이어서 이래저래 규모와 기술 모두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몸이 왜소한 상태로 링에 올라간다면 그야말로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일본 최고라는 NDK만 보더라도 월간 1000만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으며 가장 규모가 떨어진다는 대진공(KDS)이라는 업체도 월간 500만개 이상 생산 가능하다고 하니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국내 수정 업체들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휴대폰 부품 기업은 시장에 진입하기는커녕 문을 닫거나 사업철수, 업체 간의 통폐합으로 오히려 입지가 더 좁아지기까지 했다.

 원인이 무엇일까. 수정 부품 산업계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배타적 성향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싶다. 업체 간 교류가 거의 없고, 간단한 의문사항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수백장의 자료를 뒤지고 있다. 동종업체를 호의적으로 보기보다 경쟁자라는 생각에 먼저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는다. 주위의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데 숲이 안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지금의 시장에서는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모습으로 마주보고 손을 잡아야 한다. 휴대폰 강국, 이동통신의 메카라는 명예로운 별칭에 걸맞도록 휴대폰 내의 심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니, 심장이 아니라 뇌까지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하고 싶다. 그 시작을 위해 TCXO부터라도 국산화해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엔지니어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시발점이다.

◇엑사이엔씨 구본현 사장 exa9@exae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