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홈네트워크 시대의 개막

[미래포럼]홈네트워크 시대의 개막

 비오는 날 주인 잃은 강아지를 발견한 여자는 떨고 있는 강아지를 안고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비를 맞은 강아지를 위해 원격으로 미리 집안 온도를 높이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는다. 강아지를 씻기고 나자 어린 주인이 울면서 강아지를 찾는 모습이 LCD에 보인다.

 이는 홈네트워크에 관한 어느 아파트 광고다. 이 광고는 방영 당시 소비자의 관심을 끌며 홈네트워크의 장점을 제대로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보기술(IT)의 눈부신 발전으로 영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유비쿼터스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홈네트워크 구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IT 분야의 모든 기술 개발은 홈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문가들도 홈네트워크로 인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은 상상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도 홈네트워크 경쟁은 매우 뜨겁다. 유비쿼터스는 미래형 주택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늠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업체마다 선진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홈네트워크 개념을 적용한 아파트는 12만 가구를 넘어섰다. 향후 홈네트워크가 구현된 첨단형 아파트가 아니면 제대로 분양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최근 열렸던 홈네트워크 전문 전시회 ‘2006 스마트홈네트워크쇼’는 홈네트워크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전시회에서 각 업체는 가족 구성을 위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부터 사무실과 가정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을 다수 선보였다.

 여행 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동영상을 디지털액자로 보내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 액자 앞에 있는 사람을 인식해 주요 관심사인 주식·스포츠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거실이나 욕실 거울이 어느 순간 모니터로 변해 웹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하고, 동작인식 카메라가 집안의 움직임을 촬영해 휴대전화나 사무실 PC로 보내준다. 혹시 도둑이 들면 즉시 집 주인이나 관련 기관에 알려주고 침입자의 모든 움직임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상태를 확인해 시간에 맞춰 사료를 주거나 그 양을 조절할 수 있고, 냉장고에 있는 식품의 종류와 유통기한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휴대전화로 자녀가 PC에서 무얼 보고 있는지를 확인해 제어할 수 있고, 휴대전화가 갓난아기와 놀아주기도 한다. 이런 기술 대부분은 이미 테스트 단계를 거쳐 시범단지에 공급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는 본격 상용화될 전망이다.

 정부도 홈네트워크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홈네트워크업계, 시민단체,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홈네트워크 산업 활성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는데 이를 통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을 분석, 활성화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렇듯 국내 홈네트워크 기반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표준화 작업을 마쳐야 한다. 홈네트워크 기술 간 상호연동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표준화 협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기술 활용에 따른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한다. 소외계층에 대한 고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소외되는 계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므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안전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위해 타인의 불법 사용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인증받은 사용자에 따라 기기나 서비스를 차등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활성화가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특허와 표준화를 통해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나서야 한다. 관련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표준 경쟁에 앞설 수 있는 힘과 노력이 필수적이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사장 oks6012@ld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