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뭐 거지입니까. 만날 밥 달라고 울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업체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살피고 이에 맞는 체계적인 발전 로드맵을 세워 달라는 겁니다.” 부산 IT기업 사장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푸념 수준으로 시작됐다가 결국은 늘 강한 불만 토로로 이어진다.
부산 IT 경기는 바닥이다. 게임·애니메이션·솔루션·유무선콘텐츠 할 것 없이 잘되는 업종이 없다. 매출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전무하고 직원 인건비조차 못 건져 사업을 접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반대로 불만은 높아질대로 높아져 폭발 일보 직전이다.
불만의 화살은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기업을 지원해야 할 임무를 맡은 진흥원의 활동과 역할에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흥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할 만큼 했다. 열악하다 못해 가능성 없는 업체까지 고른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했다. 또 공용 장비가 필요하다면 구비했고 공개 석상에서 보고회를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크지 못하는 것은 결국 기업 스스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진흥원은 기업이 어렵기 때문에 존재한다. 해당 업계와 기업이 잘 돌아가면 진흥원이 왜 필요하겠는가. 물론 개별 기업이 어려운 것의 1차적 책임은 해당 기업에 있다. 경영이든 기술 개발이든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 되는 기업은 있는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다 어렵다. 여기서부터 책임 소재는 달라진다. 대부분이 어렵다는 것은 기업환경이나 정책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부산 IT기업의 지원과 육성을 위해 설립됐다. ‘할 만큼 했는데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진흥원의 존립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할 만큼 했는데도 진흥이 안 되면 방법을 재검토하고 또 다른 방향에서 진흥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매출이 코딱지만큼이라고 무시하지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적으로도 얼마 되지 않은데 한 번쯤 회사를 찾아와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바람이 있는지 관심있게 들어주는 게 어렵습니까?” 어찌보면 어리광처럼 들리는 부산 IT업계 사장의 얘기가 부산 IT산업의 현실과 진흥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한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