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 `정보화 의지` 불안하다

 오세훈 신임 서울 시장이 지난 3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날 “공무원의 마인드를 새롭게 하고 역동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행정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지지자들까지 내심 불안해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더욱이 오 시장의 정보화 추진 의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는 이미지 선거와 반여당 정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후보들의 능력 검증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한 해 예산만 15조원에 달하고 공무원이 5만여명에 이른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청렴함과 신선함으로 인기가도를 달리며 당선된 오 시장이지만 지금부터는 실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오 시장은 이날 사실상 1급대우인 정보화기획단장직을 3급(개방형3호)으로 강등시키는 이해 못할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은 정보화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1급 대우직이 담당해왔다. 고위급 전임 최고정보관리자(CIO)의 존재는 서울시가 2년 연속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주요 배경이다. 정보화 역량이 없었다면 이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정보화기획단장직을 반드시 1급의 자리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3급으로도 지금까지 정보화기확단이 해온 일을 충분히 수행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3급의 단장이 1급이 추진해온 일들을 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단장 지위 격하 이유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정보화기획단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 각종 사업 수행 시 타 부서와 갈등이 많아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오 시장의 정보화 마인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보화는 과거처럼 단순한 전산화가 아니다. 이제 정보화는 IT자원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조직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상시적인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다. 이러다 보니 정보화 추진 과정에서는 민간기업에서조차 내부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지기 일쑤다. 어디에서나 변화를 거부하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반발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CIO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내부의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더욱 강력한 정보화를 위해 CIO뿐 아니라 최고조직관리자(COO)의 역할과 권한도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화 추진 과정에서 공무원 조직의 반발과 갈등이 얼마나 거셀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동안 현 서울특별시 정보화기획단장은 지난 4년간 매일 해당 실·국장들과 대화를 통해 사업 추진의 이해를 구하느라 머리가 백발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오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을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를 신설해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 CEO 출신을 각각 본부장과 위원으로 삼아 서울시행정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조직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변화와 혁신에 뛰어난 민간기업의 노하우를 접목하겠다는 오 시장의 복안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100일간의 이벤트로 거대 공무원 조직이 변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이 정도 조치로 공무원 조직에 혁신과 역동의 바람이 인다면 지금까지 누가 혁신을 하지 못했겠는가. 기업들의 앞서 나가는 변화와 혁신의 능력은 정보화에 기인한다. 정보화 전도사로부터 변화와 혁신을 배우겠다는 오 시장이 왜 정보화기획단장직을 강등시키려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가 지난 2003년부터 추진해온 ‘서울시 전자정부 마스터 플랜’과 지난 4월 새로 수립된 ‘u서울 마스터 플랜’을 오 시장은 어떻게 추진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