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퀄컴 `잔인한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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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CDMA 및 WCDMA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퀄컴이 경쟁사들의 잇단 반독점 소송, 이에따른 입지 위축 등으로 한달새 무려 117억달러(약 11조원)의 시가총액 하락을 기록하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EE타임스·C넷 등에 따르면 퀄컴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경쟁 통신 칩업체인 브로드컴· TI 등에게 유럽연합(EU)·한국 등에서 반독점 소송을 진행중인 가운데 한달간 주가총액이 15%나 하락했다.

지난 6월 1일 47.05달러였던 퀄컴 주가는 30일 현재 14.8% 떨어진 40.07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퀄컴의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달 1일 789억달러에서 672억달러로 급락했다.

◇CDMA 지원세력 축소 ‘직격탄’=퀄컴의 급속한 주가 하락은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이 직접 생산해 오던 CDMA 단말기 생산을 중단한데다 주요 서비스업체들이 잇따라 GSM방식으로 전환하는 결정등을 내린데 따른 결과다.

우선 세계 최대 이동전화 단말기 업체 노키아가 CDMA 단말기 직접 생산계획을 포기했고, 브라질 CDMA 사업자 비보 파티시페이코스 역시 GSM 서비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인도 CDMA 이동전화 서비스 업체인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도 최근 GSM으로 돌아섰다. 이밖에 중국 CDMA폰 판매가 절반 이상 줄었으며 최근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중남미의 CDMA폰 판매도 퀄컴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퀄컴, “로열티 인하 못해”=이처럼 상황이 안좋은 가운데에서도 퀄컴은 △과다한 로열티 요구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팔기 등으로 더욱더 전세계 통신업체의 외면을 받고 있다. 당초 노키아는 일본 산요와의 합작을 통해 인도, 중국, 남미 등 신흥시장에 수출할 CDMA 휴대폰을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퀄컴이 요구하는 CDMA 로열티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합작사 설립 및 직접 생산을 포기했다.

인도 통신 업체인 릴라이언스와 타타 텔레서비스도 최근 퀄컴측에 로열티 인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따라 2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릴라이언스는 GSM서비스 실험을 시작했다.

폴제이콥스 퀄컴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로열티 논쟁의 핵심 이슈는 단말기 가격이라면서 “연구개발(R&D)을 더욱 강화한다면 단말기 생산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퀄컴은 로열티 인하 대신 인도에서 벌어들인 수입 중 일부를 연구 자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끼워팔기’혐의로 줄소송=퀄컴의 수난은 국내·외에서 반독점 혐의로 소송을 당하면서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브로드컴은 지난달 말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퀄컴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TI와 브로드컴은 지난해에도 퀄컴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 제소한 바 있다.

퀄컴은 또 지난 4월과 6월에 휴대폰용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 IT업체에 의해 같은 이유로 제소를 당했다. 이 회사는 휴대폰에 필요한 멀티미디어 구현 솔루션 등을 퀄컴 칩과 한꺼번에 묶어 판매함으로써 국내 솔루션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불만을 사 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 6개사가 제3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며 유럽집행위원회에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퀄컴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