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5일 국제 디지털기회지수(DOI) 발표에서 한국을 2년 연속 1위로 선정했다. IT인프라가 탄탄한 정보사회 1등 국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그러나 이번 DOI는 평가 항목이 모두 인프라 지표로만 돼 있어 전체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1등 국가의 위상만 자랑할 게 아니라 인프라 가능성을 실질적인 국가 경쟁력이나 경제 활성화로 이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독특한 IT 환경을 갖춘 독자적인 지표개발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DOI 지수, 한국에 유리한 항목= ITU가 지난해부터 조사·발표해온 DOI는 △인프라 보급(5) △기회도(3) △활용도(3)의 3개 항목(범주) 11개 지표를 이용해 정보통신 발전 정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척도다.
예컨대 정보통신 인프라 항목에는 유선전화 가입 가구, 이동전화 가입자, 인터넷 이용 가구, PC보유 가구 등의 지표가 사용된다. 또 기회제공 항목은 이동통신과 인터넷 이용요금 비율 평가가 이뤄지고 활용도 항목에서는 인터넷 이용자나 광대역통신망 비율 등을 지표로 삼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고의 IT인프라를 갖췄다고 자평해온 한국에 매우 유리하게 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항목에서 한국은 지난해 40개국 중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평가 대상국가가 180개국으로 확대됐는데도 1위를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이 2위였고 지난해 2위였던 홍콩은 5위로 세 계단 내려앉았다. 한 전문가는 “평가 지표가 유무선 인프라 활용도에만 맞춰져 있어 한국이 1위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지표에 따라 1위부터 18위까지 오르락 내리락= 실제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3월 세계 1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네트워크 준비지수’에서는 한국은 14위를 기록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선정하는 e비즈니스 준비도는 18위(65개국 대상), 전자정부준비지수(UN선정)는 5위(191개국 대상)에 각각 랭크됐다. IT인프라를 활용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경쟁력은 대부분 중위권으로 처져 있는 셈이다.
각종 국제 IT 지표 가운데 한국은 ‘인프라’ 부문에서는 거의 모두 선두권(1∼7위)을 유지하지만 거시경제·시장·정치규제 환경 등에서는 25∼40위에 머물러 내실 부재나 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대변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은 IT인프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향적 환경을 갖추고 이에 맞는 규제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IT가 실질적인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DOI 1위에 도취하지 말고 IT가 국가 경쟁력 상승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이 세계 정상권의 IT인프라를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비 IT부문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 또 DOI로 증명된 IT 1등 국가의 저력이 사회 전반에 선순환되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의 컨설팅기관 오범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OECD 평균보다 낮아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며 “한국이 만든 최고의 IT환경을 전체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김문조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DOI 1위는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인프라나 IT산업에 국한된 1위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특히 “디지털 파워를 옳게 활용하느냐와 IT로 어떻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이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맞는 지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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