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성장이 경이롭다. 동남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는 한류의 기세가 노도 같다. 문화산업 관련 국제행사나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고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서는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세계 문화산업 5대 강국’ 목표가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문화산업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영화·애니메이션은 걱정을 넘어 심각한 현실이다. 이 문제의 근본은 대표적인 이 분야가 문화산업 장르로 꼽히지만 국내 시장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 이제 웬만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한 편의 제작비는 50억원을 훌쩍 넘는다. 기껏해야 1억5000만명 정도인 국내 관객으로는 매년 제작되는 100편에 가까운 작품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 우리 시장을 지키는 전략으로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은 희망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는 △지리적인 개념의 시장을 넓히는 것 △다양한 장르의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것(원 소스 멀티 유저) △극장·DVD·케이블방송 등 매체별 시장을 선진국형으로 다양화하는 것 △DMB·IPTV 등 새로운 매체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도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우리 국민이 문화산업의 소비와 향유에 획기적으로 지출을 늘리지 않는 한 장르 간, 매체 간 대체효과로 인한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시장 진출, 즉 수출이라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 문화상품 수출은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품질경쟁력으로 결정된다. 이 품질은 창의성에 따라 결정되며 창의성은 세계 시장의 다양한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의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창달하고 세계화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우선 정부·기업·개인이 문화산업 비전을 세우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인력이 몰려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이런 환경적인 인프라가 갖추어지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작품의 성공을 위한 모든 노력은 기업 몫으로 넘겨주고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호주나 뉴질랜드의 영화산업에 대한 이원적인 지원책이 참고가 될 것이다. 제작예산의 반 이상을 투자해주는 토종 창작영화 제작지원, 역량의 글로벌화 및 경제효과 달성을 노리는 대형 해외프로젝트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델이다.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창작역량을 높이고, 해외 파트너를 찾아 같이 투자하고 일을 나누며, 사업모델을 선진국 형으로 바꾸어 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제도에서는 문화산업의 정확한 정의와 해석이 필수적이다. 제조업에서의 기술개발과 시제품생산은 문화산업에서는 프리프로덕션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첨단산업 지원책이 그대로 문화산업에 적용되는 것만으로도 문화기업의 창작의욕과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선진국형 지식재산권 인식·보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 시장을 보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직접 수익을 얻는 것보다 관련 지식재산권 판매로 얻는 수익이 더 크고 그 규모는 170조원에 이른다.
문화산업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선진국형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데다 세계·국내 시장에 던지는 심리적이고 상징적인 효과가 가장 크면서도 가장 쉽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관심도를 높이면서 국내 기업의 창작의욕과 입지를 끌어올림으로써 문화산업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돼 세계로 나아가지 못하면 성공이 불가능한 우리 현실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이 생명인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글로벌 전략과 문화산업 선진국과의 교류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능력으로 우리 것을 만들어 세계 사람이 열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가 아니라 남도 인정하는 ‘한국 것은 좋은 것이여’가 되는 시점에서 문화산업 강국이라는 비전은 현실화될 것이다.
◆김영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gitc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