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음을 확인한 한국 축구처럼 우리 IT산업은 지난 10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왔다. 2006년 3월 세계경제포럼(WE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IT 평가 순위에서 전체 115개국 조사 대상국 중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분야 2위, 기업의 인터넷 이용 분야 3위를 기록했다. 최근 다소 침체를 겪고는 있지만, 한국 휴대폰업체는 세계 시장에서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 기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적응하며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안목이 높은 한국 소비자 앞에서 구글·야후·MSN과 같은 세계적인 포털들이 맥을 못 추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한국이 IT강국으로 올라서기까지는 첫째, 정부의 효과적인 산업 정책과 리더십이 있었다. 이는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으로 대표되는 통신서비스 산업 성장을 통한 내수 및 수출 규모 확대라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기업들의 혁신적인 도전 역시 IT강국 도약의 큰 축이 됐다. 한국의 대표 IT기업은 기술을 상용화해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었고, 특히 최근에는 혁신적인 디자인까지 가미된 디지털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서비스가 갖춰져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소비자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 경제의 기적을 이뤄낸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는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은 IT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정부, 기업, 소비자의 선순환 구조는 IT강국 코리아만의 진정한 자산으로 다른 나라가 우리의 IT정책과 기업을 아무리 벤치마킹해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2005년 들어 한국 IT산업은 내수시장 침체와 수출 성장률 급락이라는 이상 신호를 만났다. 내수시장에 의존해 왔던 IT 서비스기업은 시장 성숙에 따른 성장률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우선 정부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박지성·이영표 선수는 높은 기량을 뽐내며 향후 한국 축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 주었던 것처럼 우리의 대표 기업도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과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또 해외 유수의 IT기업과 R&D센터를 유치하고 필요한 IT인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해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I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인재 양성과 시스템 경영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그동안 해외 진출이 거의 없었던 IT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경쟁 무대를 국내에서 세계로 전환해야 한다.
또 소비자들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에 걸맞은 성숙한 의식과 IT산업 재도약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번 독일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에 보여준 대한민국의 높은 열정과 에너지, 단합된 모습을 이제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IT강국 재도약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kimsb@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