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라리 해당 부처에 맡겨라

 역시나였다. 최근 3기 방송위원 인선 구도가 드러난 데 이어 부처 산하 기관장 공모에서 나타나는 행태를 바라보는 뜻있는 업계 인사들의 탄식이다.

 얼마 전부터 소프트웨어진흥원(KIPA)·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전파진흥원 등 부처 산하 기관장 공개 모집이 한창이다. 어떤 기관은 공모를 진행하고 있거나 마무리 절차에 들어갔고, 또 어떤 기관은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모한 인물 중 해당 기관에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이유다. 어떤 사람은 특정 전문분야 지식이 없고, 또 다른 사람은 특정 지역 사람이어서 안 된다는 말도 들린다. 어떤 사람은 코드, 혹은 정치적 색이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기관 고유 성격상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재산 등의 문제도 물론이다. 공모를 하는 이유가 최적의 인재를 선발하자는 것이고, 그런 인재가 없다면 재공모 절차를 거치는 것이 당연하다.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일까. 해당 부처와 정가 주변에서는 이미 집권세력이 산하 기관의 장(長) 자리를 챙긴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집권 후반기 마지막 논공행상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말단 산하 기관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됐고 한다. 이미 ‘BH(청와대 지칭)’ 인사의 추천을 받았다거나 여당의 지원을 등에 업었다는 얘기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하 기관은 말 그대로 부처 주요 정책의 핵심적인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공모를 거쳐 기관장을 뽑는다. 공모는 과정과 결과가 투명해야 하고 공정한 룰도 필수적이다. 공모라는 절차가 허울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인가. 만의 하나 기관장 공모를 논공행상을 위한 절차쯤으로 격하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면 차라리 해당 부처에 맡기는 게 옳다. 전문성이라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동일한 사례가 재연된다면 물론 논외다. 초심을 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모(公募)가 아니라 ‘공모(共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