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자산 PCCW는 홍콩인이 소유해야 한다.’
홍콩의 유력한 은행가 프랜시스 렁이 홍콩 최대 유선통신업체 PCCW(Pacific Century Cyber Works)자산을 인수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PCCW의 해외매각에 강력히 반대해 온 2대 주주 차이나넷콤과 중국당국을 고려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11일 보도했다.
프랜시스 렁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갖고 PCCW 리처드 리 회장의 지분 23%를 1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차이나넷콤도 이 같은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수주간 PCCW인수전에 매달려온 호주 매쿼리 은행과 뉴브리지캐피털이 고배를 마시는 순간이었다.
아시아 최대 부호 리카싱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가 운영하는 PCCW는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통신, 미디어사업의 해외매각을 추진하면서 중국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PCCW의 지분 20%를 보유한 차이나넷콤은 홍콩의 통신기반이 해외자본에 넘어가는 데 강력히 반대했다.
리카싱 회장과 절친한 사이인 프랜시스 렁은 시티그룹의 투자고문으로 차이나넷콤과 거래를 담당한 경력도 있어 사실상 중국정부의 대리인으로 간주된다.
결국 중국정부의 의도대로 PCCW는 중국계 자본과 인물이 계속 운영하게 됐다. 리처드 리 PCCW회장은 이번 지분매각에 대해 “차이나넷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말해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프랜시스 렁에 대한 지분 매각 이후에도 리처드 리는 PCCW 지분을 3% 보유하지만 PCCW 경영일선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