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SW산업 금융지원 개선방안

[열린마당]SW산업 금융지원 개선방안

 최근 중소·중견기업 사장들로부터 “SW사업자는 늘 찬밥 신세며 SW사업에 뛰어든 것을 후회할 때가 많다”는 푸념을 자주 듣는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서 판로를 개척해 해외시장으로 나가려 해도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한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는커녕 오히려 사기꾼으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투자유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핵심기술을 개발해도 기본적인 영업 및 마케팅 자금이 부족하니 세계화는 고사하고 개발된 기술이 사장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SW공제조합은 중소 SW사업자 60여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실태 및 자금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기업 운영을 위한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일반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상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61%의 응답업체가 심각한 애로사항에 처해 있다고 대답했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SW기업에 대한 투자에는 전체 응답업체의 74%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SW기업 육성과 국내 SW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활성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SW기술 평가기관을 육성하는 한편 전문투자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SW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주체는 현재 대부분 금융권과 벤처캐피털 등의 금융자본이다. 하지만 금융권이나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담당자는 대부분 SW 비전문가다. 이 때문에 이들이 투자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은 단기적 수익성이 전제된 유형자산이나 재무 평가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SW기술 전문평가기관 육성 및 전문투자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국내 선도 SW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SW산업은 성장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레드오션 산업으로 인식돼 투자가로부터 매력을 끌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SW 분야별로 마케팅·기술력·자본력 등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선도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셋째, SW기업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담보력이 부족한 SW산업의 특성상 현재의 투자 방법으로는 SW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금융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 SW라는 무형가치의 인정을 바탕으로 SW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금융지원 방식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금융전문가 심사에 의존한 투자가 아닌 SW기업 운영 실전경험이 있고, 마케팅 경험이 있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의 운용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금융지원은 안 된다.

 넷째, SW기업 투자를 위한 다양한 투자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매우 제한된 기관투자가만 존재하며, 이러한 기관투자가조차 국민연금과 같이 정부의 예산형태로 운영되므로 벤처투자조합에 투자할 기관 투자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SW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과 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며, 정부의 재정과 기금은 당장의 수익성이 아닌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공급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SW기업투자 특화펀드 등 기업 및 개인이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재원 조성의 기반도 아울러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라는 SW산업 육성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바 있고, SW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여러 방면의 노력이 강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SW업계는 지난 3∼4년 동안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로 인해 SW산업부문에 대한 자금 투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개발→판로개척→성장단계로 이어지는 SW기업의 수익구조와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수익성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아이디어와 자금의 결합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SW산업을 육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SW기술 평가기관 육성 및 전문투자인력의 양성, 분야별 선도 SW기업의 육성, SW기업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식의 개발, SW기업 투자를 위한 다양한 투자재원의 확보 등을 통해 국내 SW사업자들도 산업역군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핵심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양재원(소프트웨어공제조합 전무이사 jwyang@ksf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