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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이 PC 특허와 관련해 LG전자의 손을 들어 주면서 국내 PC업체가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LG전자가 승소한 대만업체는 전 세계 PC의 70∼80%를 조립 형태로 공급해 로열티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04년부터 PC 지적재산권 소송을 진행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특허 항소 승소=LG전자는 11일 미 연방항소법원이 콴타(QUANTA)·콤팔(COMPAL)·FIC 3개 대만 PC업체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 건은 1심으로 환송돼 미국 캘리포니아법정에 다시 서게 됐다.
LG는 지난 200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법원에 이들 3개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2004년 1월 ‘비침해’ 판결을 받자 항소했다.
LG전자 측은 “승소하면서 1심을 진행했던 캘리포니아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다시 진행된다”며 “최종 판결까지는 1년 정도 걸리지만 특허 소송 관례상 2심 판결이 사실상 최종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LG전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기술인가=LG전자가 항소에서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은 기술은 PC와 주변기기 사이의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PCI(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ion)’ 분야다. ‘정보 전달 통로 규격’이라 부르는 PCI는 PC 인터페이스 통신 규격으로 랜·메모리카드·프린터·PCMCIA·그래픽카드를 위한 메모리 제어기술이다.
이정환 LG전자 부사장은 “LG전자가 가진 PCI 원천 특허는 노트북PC·데스크톱PC 등 모든 PC에 탑재되며 전 세계 대부분의 PC업체가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기술을 지난 99년 한때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였던 왕컴퓨터에서 사들였으며 2000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해 주요 PC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특허 공세를 벌여 왔다. LG는 이미 10여개 업체에서 로열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파장과 전망=이번 판결은 LG전자뿐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삼성전자의 PC 특허 소송 건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2000년 초반부터 콴타·콤팔·트윈헤드 등 주요 대만 PC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LG전자는 먼저 이번 승소 판결을 계기로 30여개 PC업체와 추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PC와 관련해 2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인텔도 LG전자의 모든 PC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한 바 있다.
PC 관련해 1500여건의 특허를 가진 삼성전자도 지난해 대만 아리마·인벤텍을 상대로 승소한 데 이어 공격적인 특허권 행사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측은 “특허는 크로스 라이선스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다른 PC업체에 지급하는 특허료도 있어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힘들지만 로열티 순수입액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직·간접적인 효과 때문에 이번 판결은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