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해 드립니다.(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카메라·필름의 대명사인 코닥이 내놓은 이 문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피 중 하나다.
1888년 이전만 해도 일반인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인화지를 뽑을 때마다 축축한 화학물질을 사진 플레이트 위에 코팅해야 했다. 가격도 비싸서 전문가나 호사가들의 차지였다. 조지 이스트먼은 코팅된 건판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개발, 이 번거로움을 해소했다. 1880년 회사를 설립, 4년 만에 롤 필름을 선보였다. 1888년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25달러짜리의 휴대형 카메라를 내놓았다. 필름이 든 채 판매됐으며 다 사용한 뒤 카메라와 함께 코닥본사로 우송하면 대체품과 인화된 사진을 다시 보내 주었다. 이로써 카메라는 대중화시대를 걷게 됐다.
코닥카메라의 첫 광고지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카피가 선명하다. 직사각형 상자 모양의 카메라를 두 손으로 받쳐든 모습의 그림과 함께.
아날로그 카메라 본격 보급의 물꼬를 트며 승승장구, 카메라의 대명사로 100년 이상 버티고 있는 코닥의 최대 위협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었다.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입지를 위축시켰고 마침내 2004년 미국·유럽 등지에서 전통 카메라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대대적 감원을 통한 구조조정도 이어졌고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생산을 통해 변신했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73년 소니가 벨연구소의 개발품인 고체촬상소자(CCD)의 성능개선을 시작해 25만화소짜리 CCD를 내놓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니는 세계 최초의 25만화소 CCD 캠코더를 내놓았다. 기술개발은 이어져 지금은 웬만한 디지털 카메라에도 수백만화소 CCD가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 기업들이 ‘일회용 (롤필름) 카메라’도 판매가 잘 안돼 고민하고 있다는 뉴스가 뜰 정도가 됐다.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고교에서 퇴학당했지만 굴하지 않고 세계적 기업 코닥을 일궈낸 조지 이스트먼이 살아 있다면 작금의 카메라 시장 변화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날 수 없다”고 새삼 강조하지 않을까 싶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전자신문,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