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AIST 신임총장에 거는 기대

 13일 취임식에 앞서 가진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첫 기자간담회 자리. 이날 행사에서 서 총장은 화이트 보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례에 비춰 다소 ‘이례적’이었다.

 양복 윗도리를 벗어젖힌 채 블랙 마커를 집어든 서 총장이 MIT 학과 통폐합 당시 학과 교수가 모두 동의했다는 ‘양극단 이론(기초연구와 기술혁신이라는 양극단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이론)’에 대해 강의해 나가자 일순간 주변이 숙연해질 정도로 시선이 집중됐다.

 호탕한 웃음도 간담회가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세 번이나 이어졌다.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이날 강의한 서 총장의 요지는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와 기술혁신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기초연구와 기술혁신 사이에 놓여 있는 연구범위를 주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대단한’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논리다. 따라서 양극단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는 것.

 그러나 걱정은 이 같은 논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그 다음에 벌어질 사태다.

 서 총장이 보기에 KAIST는 시류에 편승한 연구과제가 상당할 것이라는 평가다. 따라서 기초와 기술혁신 사이에 진행되는 많은 과제와 이름이 애매한 학과의 재설계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의 장막도 주위에서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KAIST 내 인적 네트워크가 약한 서 총장이 자칫 ‘아는’사람만을 상대, 전반적인 KAIST의 여론을 다각적으로 수렴하지 못할 경우 ‘제2의 러플린’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점진적이든, 급격하든 KAIST가 향후 4년간 변혁의 회오리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이날 서 총장을 대면한 첫 자리는 100점 만점에 89점을 주고 싶다. 건강과 열정, 풍부한 지식, 경력, 노하우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점수를 받을 만하지만 ‘A’등급에서는 1점이 모자란다. 교직원이 힘을 합쳐 채워야 할 부분이다.

 서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세계 속의 허브 대학’을 강조하며 교수와 학생 누구든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재차 강조했다. 4년 후 100점 만점을 받는 서 총장을 기대해 본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