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M&A는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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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합병(M&A)이 통신사업자 전략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저성장과 경쟁심화, 기술융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신산업의 돌파구로 M&A가 주요 전략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미래전략본부가 최근 조사·분석한 ‘세계 IT M&A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통신사업자는 지난 2∼3년 동안 시장포화에 따른 성장 둔화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시달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M&A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 2000년 ‘IT 거품’이 걷히면서 급감 추세였던 대형 서비스기업 간 M&A가 2003년 이후 다시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AT&T·싱귤러·스프린트/넥스텔 등 대형 사업자가 가입자 규모 확대를 위해 100억달러 규모 이상의 대규모 M&A를 추진했다. 일본에서도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소프트뱅크BB가 니혼텔레콤과 보다폰재팬을 차례로 인수합병하기에 이르렀다. 유럽도 지난 2004년부터 중소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10억달러 내외의 국제적 M&A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저성장과 경쟁심화가 원인=이 같은 변화는 M&A가 시장포화에 의한 성장둔화 타개 방법론의 하나로 인식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진보와 규제완화로 인한 국가 및 업종 간 경계 철폐와 글로벌 경쟁의 심화도 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통신서비스 산업의 M&A는 ‘사업 규모 확대형’ ‘신산업 진출형’ ‘사업지역 확장형’ 등을 목적으로 시장 재편 및 이종산업 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시장 재편에 집중=보고서는 국내 통신서비스 M&A가 협소한 시장과 공공재 성격을 가진 규제산업의 특성상 활성화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이후 과열경쟁으로 인해 초고속인터넷기업들의 M&A는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앞으로는 통신-방송-인터넷-제조 부문의 컨버전스가 주된 M&A의 동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말기와 네트워크 부문으로 재편되는 장비시장=루슨트테크놀로지·알카텔·노텔 등 통신서비스사업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일반 통신장비업체가 후순위로 밀렸다. 물론 IT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대신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시스코시스템스 등 통신단말기 업체와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기업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는 신기술·제품에 대한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의 신규투자 및 수요증가 등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기업들이 연구개발(R&D) 전략을 수정해 R&D비용을 점진적으로 동결·축소하는 대신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으려는 움직임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확보를 겨냥하는 M&A는 부족한 부문을 염두에 둔 ‘사업부문 보완형’, 대형 기업 간 사업 통합을 위한 ‘전략적 빅딜형’ 등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방향=통신사업자 수가 M&A로 줄어들면서 통신장비 업계도 M&A와 구조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전망이다. 기술·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사들이는 인수·개발(A&D)형 M&A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알카텔과 루슨트, 에릭슨과 마르코니 등 대형 기업의 M&A가 규모 확장보다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 앞으로는 대형기업보다는 중소기업 간 생존을 위한 결합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휴대폰업체는 물론이고 다산네트웍스·LG전자의 사례에서 보듯 장비 부문에서도 새로운 M&A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