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e비즈니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과는 달리 활용도·산업생산성 향상 등 내실 측면에서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와 한국커머스넷·한국전산원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e비즈니스 기업을 조사해 평가한 결과라고 한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지원이나 정보화 및 e비즈니스에 대한 열풍과 투자를 생각하면 대단히 미흡한 수준인 것이 틀림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e비즈니스 발전의 걸림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B2C 규모는 지난 10년간 1000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 시장규모가 13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2∼3년 내 백화점을 제치고 제2의 유통채널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B2B도 시장 형성 역사가 5년에 불과하지만 거래 규모는 300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급속 성장했다.
하지만 4000여개에 이르는 B2C사업자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50곳 미만이다. B2B사업자도 2001년에 비해 3분의 1수준인 100여개로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왕성한 활동을 하는 e마켓이 10여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e비즈 활용지수를 나타내는 e레디니스 랭킹도 미국·일본·홍콩이 3∼4단계씩 상승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종전 14위에서 18위로 4단계나 하락했다. IT인프라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도 사용자 측면이 취약해 전체 순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은 아직도 기업 내부 전사적자원관리(ERP)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비즈니스 격차가 심하다. 산업적으로도 플랫폼기업이 하나도 없고, 미들웨어·응용시스템 관련 기업도 아직 국제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보기 힘들다. 아무리 업종별, 기업규모별 특성을 감안해도 산업 전체적으로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업종별 e비즈니스 구축, 1만개 중소기업 정보화 등 정부의 각종 지원에다 기업의 자체적인 투자까지 생각하면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찾아 해결해야만 한다. 기업 내·외부의 e비즈니스 인프라 측면은 나름대로 괜찮다고 하지만 경영 프로세스의 혁신이나 인력 측면의 평가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 프로세서 제반 부문에서 실질적인 혁신이 미진하고, CEO를 비롯한 인력의 마인드나 관행이 ‘e비즈니스 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그만큼 이에 대한 사고 전환이 절실하다.
최근 열린 e비즈 클럽 토론회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정부 규제가 오히려 e비즈니스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중 규제 문제로 지적되는 에스크로·공인인증서 제도가 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역할은 했지만 시장 확대에는 걸림돌이 됐다.” “정부가 시범사업 등 많은 지원정책을 펼쳤는데도 B2B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외상거래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데다 협회 중심의 형식적인 사업으로 흐른 때문이다.”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인만큼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라고 본다.
e비즈니스 확산으로 산업 및 사회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런 지적을 종합해 이제 그동안 공급업체 육성 중심, 정부주도형의 e비즈 산업 육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정부가 미국·유럽처럼 수요자에 초점을 둔 간접지원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시범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모델을 발굴해 성과가 보일 경우 지원을 확대하는 선택적 지원형태로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