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태그(RFID) 업계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안정적 성장’보다 ‘성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RFID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RFID 업계는 역사가 길지 못하다. 특히, 태그나 리더를 개발하는 하드웨어 업체들은 대부분 설립한 지 2∼3년에도 못 미친다. 기업 자체로 따지면 ‘초년병’을 이제 막 벗어난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만큼은 타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새로운 수요에 맞춰 유연하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는 시장 창출과 해외 진출 등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RFID 산업계의 밑바탕을 다지고 있는 하드웨어 기업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지난해까지 시범사업에 머물던 정부 주도의 RFID 사업이 올 들어 정통부를 주축으로 통일부·국방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들이 참여한 가운데 본사업으로 전환하면서 RFID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2의 CDMA 신화로 주목받는 ‘모바일RFID’ 시범사업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되고 내년 본사업으로 곧바로 직행할 것이라는 정부 정책이 발표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승용차요일제시스템·의료·발전소·도서관 등 분야별로 신규 도입 프로젝트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RFID 하드웨어 업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들어 관련 신제품도 봇물 터지듯 등장하고 있다.
◇신규 프로젝트로 탄력=올 상반기 새로운 RFID 프로젝트 등장은 곧바로 RFID 하드웨어 업계가 시설 투자나 신규사업 확대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가 시행한 승용차요일제 RFID 시스템 프로젝트. 지난해 말부터 1차 프로젝트를 시작한 승용차요일제 시스템은 올 들어 2차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업체 참여 문호를 넓혔다. 이에 따라 1차 사업자였던 현대정보기술에 이어 디앤에스테크놀러지, 엑사이엔씨, 한울 등이 태그 공급을 시작했다. 이 기업들은 서울시에 이어 전국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대비해 참여한 것이다. 온니테크은 일부 사업자들과 협력을 맺고 태그 양산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모바일RFID 사업도 같은 경우다. 10월 시범사업과 내년 본사업 시행을 겨냥해 일부 리더 업체들이 모바일RFID용 동글형 리더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으며 ETRI나 삼성전자, 유컴테크놀로지 등이 모바일RFID 칩을 개발, 상용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드웨어 개발도 유행 탄다=하드웨어 개발도 시장 현황에 맞춰 일제히 전환되는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RFID 리더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3.56㎒ 제품의 비중이 컸으나 정부 프로젝트가 대부분 UHF(900㎒) 대역에 집중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등장하는 신제품은 대부분 900㎒대역 리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리더에 PDA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거나 휴대성을 높이는 등 기능도 복합화되는 추세다.
모바일RFID 사업은 시행 이전부터 관련 리더 개발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휴대폰에 내장되는 모바일RFID 칩을 크기가 작고 저전력 소비, 저발열 등을 목표로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슬림화된 휴대폰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자금 문제가 아킬레스건=RFID 업계 전체로는 올 들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SI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거 뛰어들면서 시장 초기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반면, 하드웨어 기업들은 비교적 규모가 작다. 대기업이라고는 지난 2004년부터 RFID를 신 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시설 투자에 나선 LS산전이 유일하다.
RFID 하드웨어 전문기업들 중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던 지난 90년대 말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해 5∼6년간 난관을 헤쳐나온 기업들이 세연테크놀러지 등을 포함해 통틀어 3∼4개에 불과하다. 대다수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관련 사업을 신사업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했거나 창업한 경우여서 기업역사가 짧은 전문기업들이다.
대부분 자금 여력이 넉넉치 못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에 하드웨어 기업 특성상 시설과 기술개발 투자비 확보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특히 실적 쌓기를 위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시장 축소와 함께 관련 기업들은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인력 확보도 난제다. 기술개발이나 프로젝트 수주 등을 위해서 절실한 것은 전문인력이지만 관련 업계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RFID 관련 기업당 평균 4명의 기술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한국RFID/USN협회의 최근 조사 밝혀졌다. 특히,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반이되는 중급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틈새 시장을 찾아라=신규 프로젝트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국내 RFID 하드웨어 업체들이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찾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영전 세연테크놀러지 사장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외국을 여러 차례 나가봤더니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칠레 등도 RFID 도입에 대해 적극적이어서 놀라웠다”며 “한발 앞서 관련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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